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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걱정하면 보통 운동이나 식단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최근 뇌 건강 연구를 살펴보면 조금 의외의 두 가지가 등장합니다.
음악과 향기입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코로 향기를 맡는 너무 평범한 행동인데 연구 결과에 등장한 숫자는 꽤 놀랍습니다.
70세 이상 노인 1만893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음악을 항상 듣는 사람의 치매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9% 낮게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60~85세 노인에게 밤마다 향기를 맡게 했더니 6개월 뒤 특정 기억력 검사에서 대조군과 비교해 226%의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을 듣고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두 연구 모두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감각과 노년기 뇌 건강의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음악을 자주 들은 70세 이상, 치매 위험 39% 낮았다
호주 모나쉬대학교 연구진은 70세 이상 지역사회 거주 노인 1만893명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연구 시작 당시 이들은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연구진은 평소 음악을 얼마나 자주 듣는지, 악기를 연주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이후 치매와 인지장애 발생과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음악을 '항상' 듣는 사람은 전혀 듣지 않거나 드물게 또는 가끔 듣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치매 위험이 39% 낮게 나타났습니다.
치매는 아니지만 인지기능이 저하된 상태인 CIND 위험도 17% 낮았습니다.
악기를 자주 또는 항상 연주한 사람은 치매 위험이 35% 낮았고, 음악 감상과 악기 연주를 함께 한 사람은 치매 위험이 33%, CIND 위험은 22% 낮게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꼭 악기를 배워야만 한다는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음악을 듣는 것 자체에서도 연관성이 확인됐습니다.
음악 한 곡을 들을 때 우리 뇌에서는 단순히 소리만 처리하지 않습니다. 멜로디와 리듬을 구별하고 가사를 떠올리고, 그 노래와 연결된 사람이나 장소를 기억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손으로 박자를 맞추거나 몸을 움직이기도 합니다.
센터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평소 말씀이 많지 않은 어르신이 옛 노래가 나오면 가사를 따라 부르거나 손으로 박자를 맞추기도 합니다. 제목은 기억하지 못해도 멜로디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노래를 이어가는 모습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39% 낮았다'와 '음악이 치매를 39% 예방한다'는 전혀 다른 말이라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합니다.
이 연구는 음악을 듣도록 무작위로 나눠 치매 예방 효과를 시험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치매 발생의 연관성을 살펴본 연구입니다. 따라서 음악이 직접 치매 위험 감소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음악만큼 놀라운 것이 있었다, 이번에는 '향기'
두 번째 연구는 더 흥미롭습니다.
미국 UC어바인 연구진은 60~85세의 건강한 성인 43명을 대상으로 후각 자극이 기억과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습니다.
참가자들을 향기 자극을 받는 그룹과 대조군으로 나눈 뒤, 향기 그룹에는 디퓨저를 이용해 매일 밤 한 가지 향기를 2시간씩 맡도록 했습니다.
사용된 향은 한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장미, 오렌지, 유칼립투스, 레몬, 페퍼민트, 로즈메리, 라벤더 등 7가지 향을 하루에 하나씩 번갈아 사용했습니다.
이 생활을 6개월간 이어간 뒤 기억력 검사를 실시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향기 자극을 받은 그룹이 대조군과 비교해 특정 언어학습·기억 검사에서 226% 더 나은 변화를 보인 것입니다.
여기서 226%라는 숫자도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억력 전체가 226% 좋아졌다거나 치매 위험이 226% 감소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연구에서 사용한 특정 단어학습 기억검사 결과에서 두 그룹 사이에 나타난 차이를 의미합니다.
연구진은 뇌 영상에서도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기억과 관련된 내측 측두엽과 의사결정 등에 관여하는 전전두엽을 연결하는 갈고리다발(uncinate fasciculus)이라는 뇌의 백질 경로에서 향기 자극 그룹이 더 나은 상태를 보였습니다.
우리가 특정 냄새를 맡았을 때 오래전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도 후각과 기억의 특별한 관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릴 적 맡았던 비누 냄새, 어머니가 끓이던 음식 냄새, 오래전 사용했던 화장품 향을 맡는 순간 수십 년 전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경험을 해본 분들도 있을 겁니다.
후각은 기억과 감정에 관련된 뇌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노화와 인지기능 연구에서도 중요한 감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음악 틀고 향기 맡으면 될까?
두 연구를 보고 곧바로 '치매 예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음악 연구는 1만 명 이상을 분석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합니다.
향기 연구는 무작위 배정 실험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전체 참가자가 43명으로 비교적 적고, 기억력 결과 분석에 포함된 인원은 더 적었습니다. 따라서 더 큰 규모의 반복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 연구에 사용된 향을 구입해서 똑같이 따라 한다고 동일한 효과가 생긴다고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두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뇌에 자극을 주는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좋아했던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고, 박자를 맞춰보고, 익숙하거나 새로운 향기를 맡는 일처럼 일상에서 감각을 사용하는 활동도 뇌 건강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어르신을 돌보는 입장에서 이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인지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종이에 문제를 풀거나 무언가를 외우는 것부터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모든 어르신이 이런 활동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젊은 시절 좋아했던 노래를 함께 듣고 “이 노래 아세요?”, “그때 어디에서 많이 들으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기억을 꺼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향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절의 꽃향기나 음식 냄새처럼 익숙한 향을 통해 “예전에 이 냄새 맡아보셨어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치매를 막아주는 특별한 노래나 향기가 발견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귀로 듣고, 코로 맡고,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사람과 교류하는 것. 이런 평범한 일상이 노년기 뇌를 계속 자극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오늘 부모님이나 어르신께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틀어드리고 이렇게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요.
“이 노래 들으면 옛날 생각 안 나세요?”
어쩌면 그 한마디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이야기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 이 글은 중앙일보 보도 내용을 참고하고, 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에 발표된 음악 관련 코호트 연구와 Frontiers in Neuroscience에 발표된 후각 자극 연구의 원 논문을 함께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치매의 치료 또는 예방 효과를 확정한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