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어르신들이 한 분씩 센터에 도착하십니다.“어르신, 잘 주무셨어요?”인사를 드리고 자리까지 모셔다드리다 보면 어느새 손에 무언가가 쥐어질 때가 있습니다.사탕 하나입니다.“선생님, 이거 먹어.”괜찮다고 말씀드려도 손에 꼭 쥐여주십니다.어떤 어르신은 가방 안에서 한참을 찾으시더니 사탕 하나를 꺼내주시고, 어떤 어르신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것을 슬며시 제 손에 건네주십니다.처음에는 받을 때마다 “어르신 드세요. 저는 괜찮아요.” 하며 돌려드리려고 했습니다.그러면 오히려 서운해하십니다.“내가 주는 건데 받아.”결국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하고 받습니다. 사탕 하나에 담긴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사탕 하나는 크지도 않고 비싼 것도 아닙니다.그런데 어르신들이 건네주시는 사탕은 이상하..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어르신들의 식사를 돕고, 화장실 이동을 도와드리고, 운동을 권해드리고, 인지활동을 함께하는 일. 직접 일을 해보니 물론 이런 일들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일해보니 어르신들 곁에서 직접 도와드리는 일만큼이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일도 많았습니다.그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 청소입니다.우리 센터에서는 해야 할 일을 매일 또는 일주일 단위로 나누어 맡습니다. 화장실 청소도 일주일 동안 담당자가 정해지는데,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을 맡아 관리합니다.처음에는 저도 그냥 일반적인 화장실 청소 정도로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 집 화장실보다 더..
9월 생신을 맞으신 어르신들을 위해 센터에서 생신잔치를 했습니다.이날은 평소와 조금 다르게 어르신들이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도 찍으셨습니다. 교복을 입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기도 하고, 사진을 찍을 때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카메라를 바라보기도 하셨습니다.평소 센터에서 뵙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교복 한 벌을 입었을 뿐인데 어르신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 보였습니다. 아마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 분도 계셨을 것이고, 그저 평소와 다른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일이 즐거운 분도 계셨을 것입니다.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9월 생신잔치생신잔치는 즐겁게 이어졌습니다.함께 축하하고 사진을 찍으며 그렇게 9월의 생신잔치도 마무리되었습니다.잔치가 끝난 뒤 원장님과 센터장님께서는 이날 찍은 생신잔치 사진을 인화해서..
아흔이 넘은 엄마에게 운동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고관절 골절로 수술까지 받고 오랜 시간 보조기를 착용했던 엄마에게 걷는다는 것은 젊은 사람이 생각하는 가벼운 운동과는 다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다고 하시고, 어떤 날은 아예 운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실 때도 있습니다.저도 엄마에게 운동을 권합니다.“엄마, 조금이라도 걸어야 다리에 힘이 생겨.”하지만 딸이 하는 말은 잘 듣지 않으실 때가 많습니다. 힘들다며 앉아 계시려고 하고, 오늘 하루쯤은 안 걸어도 되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으십니다.그런 엄마가 센터에 등원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팀장님입니다.“힘들어도 세 바퀴는 걸으셔야 해요”엄마가 센터에 도착하면 팀장님은 엄마의 상태를 살피면서도 운동을 빼먹지 않게 하십니다.엄마가 힘들다..
주야간보호센터에는 연세도 다르고 치매의 정도도 다른 어르신들이 함께 생활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오래 마음에 남는 모습을 보게 될 때도 있습니다.센터에 비교적 젊은 치매 어르신 한 분이 계십니다. 가끔 실제와 다른 생각을 사실처럼 믿으시거나, 자신의 기억과 현재 상황이 뒤섞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실 때가 있습니다.그런데 이 어르신 옆에는 팔순의 어르신 한 분이 계십니다.처음에는 두 분이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다 보니 팔순 어르신이 젊은 치매 어르신을 대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상품까지 받았는데 옆 사람의 스티커판이 자기 것이라고 하셨습니다센터에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활동을 잘하시면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드릴..
엄마가 드디어 고관절 보조기를 풀었습니다.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고 오랜 시간 병원에 계셨던 엄마에게 보조기는 몸의 일부와도 같았습니다.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혹시 다시 다치실까 봐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걷거나 화장실에 가실 때마다 늘 조심해야 했습니다.그런데 이제는 보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엄마는 무엇보다 화장실에 갈 때 편해졌다며 좋아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랫동안 보조기를 착용했던 엄마에게는 큰 변화였습니다.92세 엄마에게 고관절 골절은 긴 회복의 시작이었습니다엄마가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 계시는 동안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연세가 많으시다 보니 수술만 잘 끝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