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9월 생신을 맞으신 어르신들을 위해 센터에서 생신잔치를 했습니다.
이날은 평소와 조금 다르게 어르신들이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도 찍으셨습니다. 교복을 입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기도 하고, 사진을 찍을 때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카메라를 바라보기도 하셨습니다.
평소 센터에서 뵙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교복 한 벌을 입었을 뿐인데 어르신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 보였습니다. 아마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 분도 계셨을 것이고, 그저 평소와 다른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일이 즐거운 분도 계셨을 것입니다.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9월 생신잔치
생신잔치는 즐겁게 이어졌습니다.
함께 축하하고 사진을 찍으며 그렇게 9월의 생신잔치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잔치가 끝난 뒤 원장님과 센터장님께서는 이날 찍은 생신잔치 사진을 인화해서 어르신께 드렸습니다.
휴대전화 화면으로 잠깐 보고 지나가는 사진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들고 볼 수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인화된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셨습니다.
교복을 입고 환하게 찍힌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어르신께서 부탁을 하나 하셨습니다.
“이 사진을 우리 아들한테 빨리 보내주고 싶어요.”
사진을 받아든 기쁨보다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 보였습니다.

“우리 아들한테 이 사진 좀 보내주면 안 돼요?”
어르신에게는 오래 사용하신 폴더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평소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방식이 달라 사진을 찍어 보내드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르신께서도 사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잘 모르셨습니다.
사진을 손에 들고 계신 어르신은 아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 휴대전화로 인화된 사진을 다시 찍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알려주신 아드님의 연락처로 사진을 보내드렸습니다.
사실 제게는 몇 분도 걸리지 않는 작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전송됐다고 말씀드리는 순간 어르신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갔어요?”
제가 잘 보내드렸다고 말씀드리자 어르신께서는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아이고,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조금 있다가 또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사진 한 장을 대신 보내드렸을 뿐인데 어르신은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저도 함께 기뻐야 하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조금 쓸쓸해졌습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저도 바로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그날 어르신께 사진 한 장은 단순히 잘 나온 생신잔치 사진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진을 그렇게 빨리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셨던 마음이 자꾸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진 한 장을 그렇게 빨리 보내고 싶었던 마음
어르신께서 왜 그렇게 아들에게 사진을 빨리 보내고 싶어 하셨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드님이 멀리 사시는지, 자주 만나시는지, 평소에 얼마나 연락을 주고받으시는지도 저는 모릅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제가 함부로 짐작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내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셨다는 것.
교복을 입고 생신잔치를 하고,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었던 오늘을 아들에게 전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그렇습니다.
어디에 다녀왔을 때,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예쁘게 나온 사진이 있을 때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거 보여줘야겠다.”
나이가 든다고 그런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오히려 사람을 직접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사진 한 장, 전화 한 통이 더 반가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사진을 보내드린 뒤에도 몇 번이나 제게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아니에요. 별것도 아닌데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정말 제게는 별것 아닌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전송 버튼을 누르는 데는 몇 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 몇 분이 참 고마운 일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센터에서 일하면서 이런 순간을 종종 만납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주 작은 도움인데 어르신께서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도움의 크기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게는 작은 일이지만 그분에게 꼭 필요했던 일이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생신잔치는 끝났고 교복도 벗었고,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도 다시 평소의 센터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의 손에는 인화된 사진 한 장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 속에는 그날 하루 즐겁게 지냈던 어르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 오늘 이렇게 지냈어.”
어쩌면 어르신은 그 한마디를 사진으로 아들에게 전하고 싶으셨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어머니를 모시고 지내다 보니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부모님의 작은 말과 행동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몇 번이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던 어르신의 모습이 그날따라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즐거운 생신날이었는데도 제가 조금 쓸쓸했던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이었나 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하루를 보여주고 싶고, 좋은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사진 한 장이 그 마음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내 생각: 그날 저는 사진을 보내드린 것이 아니라, 어르신이 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오늘 하루를 대신 전해드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