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들다고 부모님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이런 생각 때문에 이미 가족의 돌봄이 한계에 가까워졌는데도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있습니다.반대로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일찍 요양원부터 알아볼 필요도 없습니다.중요한 것은 치매라는 진단 자체보다 현재 어르신에게 어느 정도의 돌봄이 필요하고, 가정에서 그 돌봄을 안전하게 계속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집에서 안전하게 돌보기 어려워졌다면 살펴봐야 합니다요양원 입소를 고민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안전입니다.초기에는 약을 챙겨드리거나 식사를 준비해 드리는 정도의 도움으로 생활할 수 있었지만 치매가 진행되면 혼자 두기 어려운 시간이 점점 늘어날 수 있습니다.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거나 외출 후 집을 찾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
치매 어르신을 돌보다 보면 가족이 가장 당황하는 말 중 하나가 “누가 내 돈을 가져갔다”는 말입니다.분명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지갑에 있던 돈이 없어졌다며 가족을 의심하거나, 서랍에 넣어둔 물건이 보이지 않는다며 누군가 가져갔다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집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주야간보호센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방이나 옷, 개인 물건이 평소 두던 곳에 보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돌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아무도 안 가져갔어요.”“어르신이 다른 데 두신 것 아니에요?”사실대로 설명해 드리지만 어르신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며 더 화를 내기도 합니다.특히 가까운 가족을 ..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을 뵙다 보면 다른 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 떨어져 앉아 좀처럼 함께하려 하지 않는 분도 계십니다.프로그램 시간이 되어 자리를 권해드려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다른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꺼리십니다. 그러면서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나는 치매가 아니야.”또 어떤 분은 주변의 다른 어르신들을 바라보며 “나는 저 사람들과 달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처음에는 센터 생활이 싫어서 그러시는 걸까, 원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신가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금 다른 마음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자신이 젊었을 때 어떤 일을 했는지, 직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문 앞에 나와 계시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프로그램이 끝난 뒤이기도 하고, 아직 집에 가실 시간이 한참 남았을 때이기도 합니다. 가방을 챙겨 들고 문 쪽을 바라보시거나 현관 근처를 서성이시는 분도 계십니다.“어르신, 어디 가시려고요?”여쭤보면 대답은 비슷합니다.“집에 가야지.”“아직 차 오려면 멀었어요.” 하고 말씀드려도 잠시 후면 다시 문 앞에 와 계십니다. 어떤 분은 차가 언제 오느냐고 몇 번씩 물어보시고, 어떤 분은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 가야 한다고 하십니다.처음에는 단순히 집에 빨리 가고 싶으신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센터에서 어르신들을 매일 만나면서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아직 갈 시간이 아닌데 왜 자꾸 문 앞에 나오실까치매가 있는 ..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어르신을 만나게 됩니다. 연세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센터에서 하루를 보내시는 모습도 저마다 다릅니다.처음에는 저도 주야간보호센터라고 하면 대부분 연세가 아주 많은 분들이 이용하시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센터에는 아직 60대이신 분도 계십니다.처음 나이를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습니다. 요즘 60대라면 여행도 다니고 일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분들도 많은데, 벌써 치매가 찾아왔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저를 보면 반갑다며 꼭 안아주십니다이 어르신은 저를 볼 때면 무척 반가워하십니다.제가 가까이 가면 환하게 웃으시기도 하고, 어떤 날은 두 팔을 벌려 저를 꼭 안아주십니다. 처음..
센터에 잘 적응해서 지내시던 어르신 한 분이 계셨습니다.센터에 오시면 크게 힘들어하지 않으셨고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앞으로도 계속 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그 어르신이 더 이상 센터에 나오지 않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요양원으로 가시게 되었다고 했습니다.처음에는 조금 의외였습니다.센터에서는 잘 지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센터에서는 참 잘 지내셨던 분이었습니다제가 보았던 어르신의 모습은 특별히 힘들어 보이지 않았습니다.센터에 오시면 정해진 자리에서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셨고, 식사시간이면 식사를 하시고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셨습니다.하루 일과가 특별히 어긋나지 않았고 센터 생활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신 것처럼 보였습니다.그래서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