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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문 앞에 나와 계시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이기도 하고, 아직 집에 가실 시간이 한참 남았을 때이기도 합니다. 가방을 챙겨 들고 문 쪽을 바라보시거나 현관 근처를 서성이시는 분도 계십니다.
“어르신, 어디 가시려고요?”
여쭤보면 대답은 비슷합니다.
“집에 가야지.”
“아직 차 오려면 멀었어요.” 하고 말씀드려도 잠시 후면 다시 문 앞에 와 계십니다. 어떤 분은 차가 언제 오느냐고 몇 번씩 물어보시고, 어떤 분은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 가야 한다고 하십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집에 빨리 가고 싶으신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센터에서 어르신들을 매일 만나면서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갈 시간이 아닌데 왜 자꾸 문 앞에 나오실까
치매가 있는 어르신에게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확하게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프로그램을 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이제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강하게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오후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평생 일정한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 가족의 저녁을 준비하거나 일을 마치고 귀가했던 생활습관이 오랫동안 남아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시간이 안 됐어요”라고 말씀드리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분명 조금 전에 설명해 드렸는데 다시 문 앞으로 나오십니다. 하지만 어르신 입장에서는 조금 전에 들었던 설명 자체가 기억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같은 질문의 반복이지만 어르신에게는 처음 하는 질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집에 가야 해”라는 말에는 다른 마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센터에서 지내시는 모습을 보면 하루 종일 집에 가겠다고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해 웃기도 하고, 다른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간식을 맛있게 드시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가방을 찾고 문 앞으로 향하십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집에 가야 한다’는 말이 단순히 지금 있는 곳이 싫다는 뜻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이 생각날 수도 있고, 집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살아온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문 앞에 계시는 어르신을 보면 바로 자리로 모시기보다 잠시 말씀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집에 가시면 뭐 하시려고요?”
이렇게 말을 건네면 가족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고, 집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문 앞에서 기다리시는 모습에도 어르신 나름의 이유와 마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 가겠다는 어르신께 이렇게 해봅니다
말씀을 충분히 들어드린 뒤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봅니다. 물이나 간식을 권해드리기도 하고, 다른 어르신들이 계신 자리로 함께 걸어가기도 합니다.
색칠하기나 간단한 인지활동을 시작하면 어느새 집중하시면서 문 앞에서 기다리던 것을 잊고 편안하게 계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매번 같은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문 앞으로 나오시기도 하고, 가방을 들고 한참을 기다리시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또 한 번 말씀을 들어드리고 곁에서 함께 기다려드리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문 앞에 계시면 빨리 자리로 모셔야 한다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우리에게는 같은 말의 반복처럼 들려도 어르신에게는 그 순간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는 “집에 가야 해”라는 말을 막는 것보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그 마음을 먼저 살펴드리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