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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 잘 적응해서 지내시던 어르신 한 분이 계셨습니다.
센터에 오시면 크게 힘들어하지 않으셨고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앞으로도 계속 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어르신이 더 이상 센터에 나오지 않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양원으로 가시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센터에서는 잘 지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센터에서는 참 잘 지내셨던 분이었습니다
제가 보았던 어르신의 모습은 특별히 힘들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센터에 오시면 정해진 자리에서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셨고, 식사시간이면 식사를 하시고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셨습니다.
하루 일과가 특별히 어긋나지 않았고 센터 생활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이 어느 날 갑자기 나오지 않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매일 같은 시간에 뵙는 얼굴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집니다.
아침이면 오시겠지 하고 생각하고, 자리에 안 계시면 잠깐 화장실에 가셨나 하고 찾게 됩니다.
그렇게 매일 뵙던 분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으면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안 오시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요양원으로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서야 이제 센터에서는 다시 뵙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하게 그 말을 듣고 나니 평소에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어르신의 모습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앉아 계시던 자리도 생각나고, 프로그램을 하시던 모습도 생각났습니다.
매일 있을 때는 몰랐는데 안 계시니 그 자리가 허전했습니다.

낮에는 몰랐던 가족의 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듣고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센터에서는 잘 지내셨지만 집으로 돌아가신 뒤의 생활은 달랐던 모양입니다.
밤이 되면 어르신 때문에 가족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돌봄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어르신의 하루는 센터에 계시는 시간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오셔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시면 저에게는 그날의 돌봄이 끝납니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그때부터 다시 다른 돌봄이 시작됩니다.
저녁식사를 챙겨야 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살펴야 하고, 밤중에 어르신이 깨시면 가족도 함께 깨어야 합니다.
한 번이 아니라 그런 밤이 계속 반복된다면 낮에 잠깐 쉬는 것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가족을 돌보면서 밤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센터에서 이렇게 잘 지내시는데 왜 요양원으로 보내셨을까”라고 쉽게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본 것은 어르신의 낮이었고, 가족이 견뎌야 했던 것은 낮과 밤을 합친 하루 전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르신 입장에서는 익숙해진 센터를 떠나 다시 새로운 공간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생활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씁쓸했습니다.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돌봄에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센터에서 편안하게 지내시던 모습도 진짜였고, 밤마다 지쳐갔던 가족의 어려움도 진짜였을 것입니다.
그분이 앉아 계시던 자리가 한동안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르신이 요양원으로 가신 뒤에도 센터의 하루는 똑같이 흘러갔습니다.
아침이면 어르신들이 오시고, 식사를 하고, 프로그램 시간이 되면 모두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데 가끔 그분이 계셨던 쪽으로 눈이 갔습니다.
매일 뵐 때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습인데 안 계시니 오히려 더 생각났습니다. 자리에 앉아 계시던 모습, 다른 어르신들과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던 모습처럼 아주 평범했던 장면들이었습니다.
센터에서는 잘 지내셨는데.
조금 더 이곳에서 지내실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가 보지 못했던 가족의 밤을 생각하게 됩니다.
센터에는 여러 선생님이 함께 있습니다. 한 사람이 힘들면 다른 사람이 도울 수 있고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서로 의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밤에 어르신이 잠들지 못하시면 가족도 함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밤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계속된다면 보호자의 몸과 마음도 버티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가족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쉽게 판단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르신을 계속 집에서 모시고 싶은 마음과 이제는 힘에 부친다는 현실 사이에서 가족도 많이 고민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분이 생각나면 마음 한편이 아련합니다.
새로운 곳에서도 식사 잘하시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만의 편안한 자리를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밤마다 제대로 잠들지 못했던 가족도 이제는 조금 편히 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양원으로 모시는 것이 가족이 돌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을 현장에서 조금씩 배우게 됩니다.
내 생각에는 돌봄에는 누구에게나 맞는 하나의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어르신도 새로운 곳에서 편안하시기를, 가족도 이제 조금은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가끔 비어 있는 자리를 보며 마음속으로 그분의 안부를 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