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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을 뵙다 보면 다른 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 떨어져 앉아 좀처럼 함께하려 하지 않는 분도 계십니다.
프로그램 시간이 되어 자리를 권해드려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다른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꺼리십니다. 그러면서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치매가 아니야.”
또 어떤 분은 주변의 다른 어르신들을 바라보며 “나는 저 사람들과 달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센터 생활이 싫어서 그러시는 걸까, 원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신가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금 다른 마음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자신이 젊었을 때 어떤 일을 했는지, 직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며 바쁘게 살았는지를 이야기하십니다. 자녀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집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금 눈앞에 있는 모습만으로 그분을 바라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저 사람들과 달라”라고 말하는 마음
치매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변화를 정확하게 알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예전과 달라졌어도 본인은 그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느 정도 변화를 느끼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평생 자신의 일을 해왔고 가족을 책임지며 살아온 분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현재의 상황 자체가 낯설 수 있습니다.
어제까지 자신의 기억 속에서는 직장에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며 집안일을 결정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정해진 시간에 센터에 와서 다른 어르신들과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합니다. 현실의 모습과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치매가 아니다”라는 말을 단순히 고집이나 부정으로만 보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 말 속에는 아직도 자신은 예전과 같은 사람이라는 마음이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앉는 것을 싫어하거나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하는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고, 자신을 다른 치매 어르신들과 같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상황 자체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행동을 치매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던 성격일 수도 있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이야기를 자꾸 하시는 데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현재의 일보다 오래전 이야기를 더 많이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한참 이어집니다. 예전에 다녔던 직장 이야기, 자녀를 키우던 이야기, 장사를 했던 이야기처럼 자신이 가장 활발하게 살아가던 시절의 기억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듣다 보면 돌보는 사람에게는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에게는 그 시절이 자신의 모습을 가장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말씀을 들을 때 굳이 현재의 상황으로 빨리 돌려놓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그러시면 안 돼요.”
“어르신도 치매가 있으시잖아요.”
이렇게 사실을 확인시키는 말이 오히려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센터에 대한 거부감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그때 정말 바쁘게 사셨겠네요”, “그 일을 오래 하셨군요” 하고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여러 사람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기보다 편안하게 느끼는 자리에서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좋아하는 활동부터 조금씩 참여하도록 돕는 방법도 있습니다.
센터에 계신 어르신들을 바라보다 보면 치매라는 진단만으로 한 사람을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지금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이지만 그분에게도 직장이 있었고, 가족을 책임지던 시간이 있었으며, 누구보다 자신 있게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는 치매가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을 바로 고쳐주기보다,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한 번 더 바라보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매를 인정시키기보다 어르신의 마음부터 살펴보세요
그렇다면 “나는 치매가 아니야”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것이 좋을까요.
가족이나 돌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실을 설명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고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도 보이니 “어머니, 병원에서 치매라고 했잖아요”, “자꾸 잊어버리시잖아요”라고 말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이 자신의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여러 번 설명한다고 해서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거나 “내가 왜 치매냐”며 화를 내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치매라는 사실을 인정시키는 것보다 지금 어르신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센터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면 “치매니까 센터에 가셔야 해요”라고 하기보다 “집에만 계시면 답답하니까 가서 운동하고 오세요”, “오늘 좋아하시는 활동이 있대요”처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어르신들과 어울리지 않는 분에게도 처음부터 단체활동 참여를 계속 권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가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편안한 곳에서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르신이 과거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면 그 이야기를 대화의 시작으로 삼아도 좋습니다.
농사를 오래 지으셨다면 예전에 어떤 농사를 지으셨는지 여쭤보고, 장사를 하셨다면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라면 어떤 일을 하셨는지 여쭤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할 때 어르신의 표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한때는 가족을 책임지고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왔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 드리는 것입니다.
프로그램 참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하고 있으니 꼭 해야 한다고 권하기보다 어르신이 관심을 보이는 활동부터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분은 색칠하기에는 관심이 없어도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시고, 어떤 분은 체조에는 참여하지 않아도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작은 계기가 생기면서 조금씩 센터 생활에 익숙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평소에는 잘 지내던 분이 갑자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거나 예민해졌다면 다른 이유도 살펴봐야 합니다. 몸이 아프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수도 있고, 소리가 너무 크거나 사람이 많은 환경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돌보는 사람은 어르신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안심이 됩니다. 그래서 혼자 계시는 모습을 보면 자꾸 함께하도록 권하게 됩니다.
하지만 혼자 앉아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센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익숙해지는 분도 있고, 가까워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분도 있습니다.
치매가 있다는 이유로 지금의 모습만 바라보면 그분이 살아온 긴 시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지금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분에게도 자신의 일을 하던 때가 있었고, 가족을 돌보고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어주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치매라는 것을 인정하세요”라고 설득하는 것보다 그분이 살아온 모습을 존중하면서 조금씩 지금의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기다려드리는 것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