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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 넘은 엄마에게 운동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관절 골절로 수술까지 받고 오랜 시간 보조기를 착용했던 엄마에게 걷는다는 것은 젊은 사람이 생각하는 가벼운 운동과는 다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다고 하시고, 어떤 날은 아예 운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실 때도 있습니다.
저도 엄마에게 운동을 권합니다.
“엄마, 조금이라도 걸어야 다리에 힘이 생겨.”
하지만 딸이 하는 말은 잘 듣지 않으실 때가 많습니다. 힘들다며 앉아 계시려고 하고, 오늘 하루쯤은 안 걸어도 되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으십니다.
그런 엄마가 센터에 등원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팀장님입니다.

“힘들어도 세 바퀴는 걸으셔야 해요”
엄마가 센터에 도착하면 팀장님은 엄마의 상태를 살피면서도 운동을 빼먹지 않게 하십니다.
엄마가 힘들다고 해도 무조건 자리에 앉게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많은 운동을 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등원하면 꼭 세 바퀴.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 걷도록 옆에서 살피고 움직이게 해 주십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하기 싫은 날도 있을 겁니다. 다리가 무겁고 그냥 앉아서 쉬고 싶은 날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고령의 어르신은 움직이지 않기 시작하면 점점 더 움직이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엄마처럼 고관절 수술 후 회복 과정을 거친 경우에는 안전을 살피면서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일상을 유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제가 옆에서 아무리 “걸어야 한다”라고 해도 움직이지 않던 엄마가 팀장님 말씀에는 일어나 걷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센터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조금씩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세 바퀴가 끝나면 기다리는 차 한 잔
팀장님은 엄마를 걷게 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세 바퀴를 다 돌고 나면 자리에 편안하게 앉게 하고 차 한 잔을 챙겨주십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좋습니다.
“운동해야 하니까 걸으세요.”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것을 해낸 뒤에는 편안하게 쉬면서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압니다.
누구는 조금 강하게 권해야 움직이고, 누구는 재촉하면 오히려 마음을 닫습니다. 어떤 분은 칭찬 한마디에 힘을 내고, 어떤 분은 옆에서 조용히 기다려드려야 합니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힘들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매번 쉬게만 하면 점점 걷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연세와 몸 상태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운동을 시켜서도 안 됩니다.
어디까지 권하고, 언제 쉬게 할 것인지 그 사람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장님을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것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을 많이 돌봤다는 것과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안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엄마에게 필요한 세 바퀴를 걷게 하고, 그 뒤에 차 한 잔을 건네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팀장님이 우리 엄마뿐 아니라 센터 어르신들의 성격과 습관을 참 세심하게 알고 계신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돌봄은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면서 저는 좋은 돌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연세가 많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힘들지 않도록 많이 도와드리는 것이 좋은 돌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어르신들과 생활해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까지 대신해 드리면 오히려 스스로 움직일 기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무조건 혼자 하도록 두는 것도 좋은 돌봄은 아닙니다.
그 어르신이 지금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알고, 필요한 만큼 도와드리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엄마를 대하는 팀장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을 자주 느낍니다.
엄마가 힘들다고 하면 그 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태를 살핍니다. 그러면서도 걸을 수 있는 날에는 “오늘은 힘드시니까 그냥 쉬세요.” 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 세 바퀴를 걷게 하고, 다 걷고 나면 편안하게 앉아 차 한 잔을 마시게 해 드립니다.
엄마도 이제는 그 흐름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걷기 전에는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막상 걷고 나면 자리에 앉아 차를 드시며 편안한 표정을 지으실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딸인 제가 아무리 엄마를 오래 모셨어도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센터에는 엄마뿐 아니라 성격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른 여러 어르신이 계십니다. 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고, 같은 프로그램을 해도 좋아하는 분과 싫어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 작은 차이를 기억하고 그분에게 맞는 방법으로 다가가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르신의 이름을 아는 것과 그 어르신을 아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힘들어하는지, 어떻게 말해야 움직이는지, 어떤 말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 해지는지까지 알아가는 것이 돌봄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엄마가 고관절 수술 후 긴 회복 과정을 지나 이제 보조기도 풀고 전보다 편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참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 과정에는 병원에서의 치료와 재활도 있었지만, 센터에 와서 하루하루 움직일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 이끌어준 손길도 있었습니다.
오늘도 엄마는 아마 처음에는 힘들다고 하실 겁니다.
그래도 팀장님은 엄마의 얼굴과 걸음걸이를 먼저 살핀 뒤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또 세 바퀴를 걷게 하실 겁니다.
그리고 다 걷고 나면 평소처럼 차 한 잔을 건네주시겠지요.
저는 이제 그 세 바퀴와 차 한 잔도 엄마를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돌봄이라는 것을 압니다.
내 생각 : 좋은 돌봄은 무조건 많이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분을 잘 알고 아직 할 수 있는 것을 오래 지켜드리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