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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어르신은 젊은 치매 어르신을 꼭 엄마처럼 챙겨주십니다

복지라라 2026. 9. 13. 14:39

목차


    주야간보호센터에는 연세도 다르고 치매의 정도도 다른 어르신들이 함께 생활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오래 마음에 남는 모습을 보게 될 때도 있습니다.

    센터에 비교적 젊은 치매 어르신 한 분이 계십니다. 가끔 실제와 다른 생각을 사실처럼 믿으시거나, 자신의 기억과 현재 상황이 뒤섞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어르신 옆에는 팔순의 어르신 한 분이 계십니다.

    처음에는 두 분이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다 보니 팔순 어르신이 젊은 치매 어르신을 대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야간보호센터에서 팔순 어르신이 젊은 치매 어르신의 종이접기를 도와주며 함께 종이배와 한복을 만드는 모습
    주야간보호센터에서 팔순 어르신이 젊은 치매 어르신의 종이접기를 다정하게 도와주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상품까지 받았는데 옆 사람의 스티커판이 자기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센터에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활동을 잘하시면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드릴 때가 있습니다. 스티커를 정해진 만큼 모두 모으면 작은 상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젊은 치매 어르신도 열심히 스티커를 모으셨습니다. 마침내 스티커를 다 채우셨고 상품까지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상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으신 것 같았습니다.

    옆에 계신 팔순 어르신의 스티커판을 보시더니 자신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분명 팔순 어르신이 그동안 하나씩 모아온 스티커였습니다. 충분히 “이건 내 거예요.”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팔순 어르신은 다투지 않으셨습니다.

    젊은 어르신의 말을 그대로 받아주시며 자신의 스티커판을 양보하셨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스티커 하나가 대단한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스티커를 모으면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고, 그동안 본인이 하나씩 모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지키려고 젊은 어르신과 실랑이를 벌이기보다 그냥 내어주신 것입니다.

    종이배를 접는 시간에도 먼저 옆 사람부터 챙기십니다

    또 한 번은 프로그램 시간에 종이배를 접는 활동을 했습니다.

    젊은 어르신이 종이 접는 것을 어려워하자 팔순 어르신이 가만히 보고 계시다가 도와주셨습니다.

    한두 번 알려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잘되지 않는 부분을 대신 접어주시고, 다시 손에 쥐여주시면서 끝까지 챙겨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자신의 종이배보다 옆 어르신의 것을 먼저 완성해주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옆 어르신을 도와드리고 난 뒤에는 한복 상하의를 모두 접어내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다른 사람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도, 자신의 것을 해내는 야무진 솜씨도 함께 가진 분이셨습니다.

    센터에서 두 분을 보고 있으면 가끔 나이 차이를 잊게 됩니다.

    팔순 어르신이 젊은 치매 어르신을 대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 자식을 살피는 엄마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틀렸다고 따지기보다 한 번 더 받아주시고, 못하는 것이 있으면 조용히 옆에서 해주시고, 마음이 불편해 보이면 다독여 주십니다.

    누군가를 챙기는 마음에는 나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두 분을 지켜보다 보면 가끔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팔순 어르신이라고 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분 역시 센터에 오셔서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고 필요한 도움을 받으시는 어르신입니다.

    그런데 젊은 치매 어르신과 함께 계실 때는 오히려 자신이 보호자라도 된 것처럼 먼저 살피십니다.

    자신이 모은 스티커판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해도 굳이 따지지 않고 양보해 주시고, 종이접기를 어려워하면 자신의 것보다 먼저 옆 사람의 것을 접어주십니다.

    젊은 어르신이 불안해하거나 마음이 상한 듯하면 부드럽게 말을 건네며 다독여 주실 때도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꼭 엄마가 자식을 챙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치매 어르신이 사실과 다른 말씀을 하신다고 해서 언제나 그대로 맞춰드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안전을 위해 바로잡아야 할 때도 있고, 다른 어르신의 권리나 물건을 지켜드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티커판처럼 다른 어르신의 몫까지 계속 양보하게 되는 상황은 종사자가 살펴보고 두 분 모두 서운하지 않도록 조정해 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것은 누가 옳고 그른가보다 그 순간 팔순 어르신이 보여주신 마음입니다.

    자신보다 훨씬 젊은 사람이지만 치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어르신 나름대로 느끼고 계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젊은 어르신이 조금 엉뚱한 말씀을 하셔도 화부터 내지 않으십니다. 못하는 것이 있으면 해주시고, 필요하면 양보하시고, 옆에서 조용히 챙겨주십니다.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면서 저는 어르신들이 종사자의 돌봄만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어르신들끼리 서로 기다려주고, 챙겨주고, 때로는 말없이 양보하면서 서로를 돌보고 계셨습니다.

    오늘도 두 분은 나란히 앉아 계십니다.

    팔순 어르신은 자신의 것을 하다가도 옆에서 어려워하는 모습이 보이면 먼저 손을 내미십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사람을 챙기고 품어주는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고요.

    내 생각 : 자신도 돌봄을 받으러 오신 팔순 어르신이 다른 치매 어르신을 엄마처럼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을 보살피는 마음에는 나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