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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치매 어르신의 한마디 때문에 가족과 직원 모두가 크게 놀라는 일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비교적 연세가 많지 않은 치매 어르신 한 분이 가족에게 “누군가 내 몸을 만졌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남편분은 크게 화가 나셨습니다.
센터로 전화를 걸어 항의하셨고, 혹시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강하게 확인을 요구하셨습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입니다.
치매가 있다고 해도 혹시 실제로 불쾌한 일을 겪은 것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센터에서도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시간대의 녹화 영상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여러 장면을 확인했지만 어르신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남편분도 영상을 확인한 뒤에는 안심하셨고, 다시 센터를 이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셨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르신은 센터를 계속 이용하지 못하고 퇴소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겪으면서 저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치매 어르신의 망상이란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가족은 어르신의 말을 어디까지 믿고,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할까.

치매 어르신의 말이라고 처음부터 망상으로 보면 안 됩니다
치매가 진행되면 기억력만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사실이라고 믿거나, 주변 사람을 의심하고,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누군가 자신의 돈이나 물건을 훔쳤다고 하거나, 가족이 자신을 버리려고 한다고 생각하거나, 배우자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의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로는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고 한다거나 자신에게 불쾌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치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르신의 말을 처음부터 “망상이겠지” 하고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을 가능성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신체 접촉이나 폭력, 성적인 불쾌감과 관련된 이야기는 더욱 조심스럽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르신이 정확하게 시간이나 장소를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말을 들어보고, 당시 상황과 주변 사람의 설명을 확인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록이 있다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번 일에서도 센터가 바로 “치매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라고 넘긴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가족 역시 객관적인 내용을 확인한 뒤에는 처음의 분노를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의 말을 무조건 사실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치매니까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미리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됩니다.
망상은 어르신에게는 실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어르신이 너무 확신해서 말씀하신다는 것입니다.
“누가 가져갔어.”
“나한테 그렇게 했어.”
“분명히 내가 봤어.”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해도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왜 없는 일을 있다고 하지?”, “일부러 거짓말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치매로 인한 망상이라면 어르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억의 빈 부분을 다른 기억이나 느낌으로 채우기도 하고, 실제 있었던 일을 다른 상황과 섞어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옷을 갈아입거나 씻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손이 몸에 닿은 경험이 시간이 지난 뒤 전혀 다른 상황으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또 평소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이 강한 분이라면 그 감정이 특정한 이야기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행동을 치매 증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치매 어르신의 말을 들을 때 “사실이냐, 망상이냐”부터 결정하려 하기보다 먼저 안전한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 객관적인 상황을 하나씩 확인하는 편이 가족과 기관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이어가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번 경우에는 영상 확인 이후 남편분도 상황을 이해하셨고 다시 센터를 이용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하지만 센터에서는 결국 퇴소 결정을 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오해가 풀렸는데 왜 다시 이용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야간보호센터는 한 어르신만 이용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여러 어르신이 함께 생활하고 여러 직원이 돌봄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경우 어르신 본인의 불안도 커질 수 있고, 다른 이용자나 직원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보호자와 기관 사이의 신뢰가 크게 흔들린 상태에서 계속 서비스를 이어가는 것이 서로에게 더 힘든 상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에도 기관이 계속 이용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게 됩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저는 치매 어르신의 망상이 단순히 “없는 말을 하는 증상”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가 가족을 크게 놀라게 할 수도 있고, 직원에게는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며, 결국 어르신이 생활하던 공간을 떠나게 되는 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도 기관도 쉽지 않습니다.
어르신의 말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바로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서도 안 됩니다.
우선 어르신의 안전을 확인하고, 이야기를 차분하게 듣고, 가능한 범위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확인하는 것.
그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치매가 깊어질수록 어르신이 보는 세상과 우리가 보는 세상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르신이 느끼는 두려움까지 가짜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을 보면서 망상을 바로잡는 것보다 먼저 그 불안과 두려움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