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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하다가 칫솔에 피가 묻어 나온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이런 경우가 생기면 칫솔질을 세게 했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최근 잇몸 출혈과 치매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잇몸 출혈이 많은 사람에게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56% 높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치아가 몇 개 남아 있는지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잇몸 상태를 검사하고 10년 동안 치매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그렇다면 양치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는 사람은 정말 치매를 걱정해야 하는 걸까요?

60세 이상 1,396명을 10년 동안 지켜봤더니
일본 규슈대학교 연구진은 연구 시작 당시 치매가 없었던 60세 이상 성인 1,396명을 대상으로 잇몸 건강과 치매 발생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진은 잇몸에서 얼마나 쉽게 피가 나는지뿐 아니라 치아와 잇몸 사이의 공간인 치주낭의 깊이, 잇몸이 얼마나 내려앉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약 10년 동안 이들을 추적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267명에게 치매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94명은 알츠하이머병, 51명은 혈관성 치매였습니다.
결과가 흥미로웠습니다.
잇몸 출혈이 가장 많은 상위 그룹은 출혈이 가장 적은 그룹보다 전체 치매 발생 위험이 56% 높게 나타났습니다.
알츠하이머병만 따로 살펴봤을 때도 잇몸 출혈이 많은 사람에게서 위험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관찰됐습니다.
잇몸 출혈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치아와 잇몸 사이의 치주낭이 깊은 그룹에서는 전체 치매 위험이 약 72% 높았고, 잇몸 퇴축이 심한 그룹에서도 위험이 약 59%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연구에서는 치주 건강이 좋지 않은 여러 지표가 이후 치매 발생과 연관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잇몸병이 치매를 일으킨다는 뜻일까?
여기서 꼭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만으로 “잇몸병 때문에 치매가 생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진이 사람들에게 일부러 치주질환을 만들고 치매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한 실험이 아니라, 사람들의 잇몸 상태를 조사한 뒤 오랜 기간 관찰한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 가지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과 결과까지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이 구강 건강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치주질환은 잇몸 주변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킵니다. 이런 염증 반응이 전신 건강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 치주질환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을 설명하려는 연구 역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치아와 잇몸을 단순히 '음식을 씹기 위한 곳'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양치할 때 계속 피가 난다면 그냥 넘기지 마세요
그렇다고 오늘부터 양치하다 피가 한 번 났다고 치매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칫솔질을 너무 강하게 하거나 잇몸에 일시적인 자극이 생겨 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잇몸 출혈이 반복되고 잇몸이 붓거나 내려앉는 느낌이 들고, 치아가 흔들리거나 입 냄새가 심해지는 등의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치주질환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중장년 이후에는 아프지 않다고 치과 검진을 미루기보다 정기적으로 치아와 잇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매 예방을 위해 특별한 음식이나 영양제를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보면 우리가 매일 하는 양치와 잇몸 관리 같은 아주 평범한 생활습관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잇몸에서 피가 나면 치매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뇌 건강만 따로 관리할 것이 아니라 치아와 잇몸을 포함한 몸 전체의 건강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양치할 때 반복적으로 보이는 작은 출혈을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지 않고 내 잇몸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
치매를 걱정하는 중장년층이라면 이런 작은 건강관리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