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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같은 어르신인데도 어떻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반응이 전혀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센터에 한 어르신이 계십니다.
식사 시간이 되면 가끔 자신의 자리가 아닌 다른 어르신의 자리에 앉으십니다.
센터에서는 대부분 어르신들이 늘 앉던 자리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이용하다 보니 어르신들에게는 그곳이 자연스럽게 ‘내 자리’가 됩니다.
그런데 이 어르신은 가끔 다른 분의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하십니다.
문제는 원래 그 자리에 앉으시던 어르신이 오셨을 때입니다.
“여기 내 자리인데 왜 여기 앉았어요?”
이런 말이 오가다 보면 금세 언성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직원이 다가가 “어르신, 여기 앉으시면 안 돼요. 자리로 가셔야 해요.”라고 강하게 제지하면 상황이 더 커질 때도 있습니다.
어르신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느끼시는지 목소리가 더 커지고, 심할 때는 욕을 하기도 합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히 식사하시던 분이 어떻게 저렇게 갑자기 화를 내실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강하게 제지할수록 오히려 더 화를 내셨습니다
치매 어르신에게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설명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 자리는 다른 분 자리니까 원래 자리로 이동하셔야 합니다”라는 단순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어르신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왜 여기서 일어나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 강한 목소리로 일어나라고 하면 자신을 혼내거나 쫓아낸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자리 문제가 아니라 ‘왜 나한테 이렇게 말해?’라는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어르신도 강하게 제지하면 쉽게 물러서지 않으십니다.
목소리가 커지고 욕을 하시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보면 고집이 세거나 원래 성격이 거친 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지켜보다 보니 꼭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어르신에게 조금 다른 방법으로 다가갔을 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부드럽게 다가가면 조금 전 화가 금세 가라앉기도 합니다
한바탕 언성이 높아진 뒤 다른 선생님이 어르신에게 다가갈 때가 있습니다.
“어르신, 이것 좀 드셔보세요.”
목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게 말을 걸면서 간식을 하나 건네드립니다.
그러면 조금 전까지 큰소리로 화를 내시던 분의 표정이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간식을 받아 드시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목소리도 낮아지고 편안해지십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화가 나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금방 달라질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간식 하나가 치매 어르신의 화를 해결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어르신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갔느냐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한 목소리로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는 자신을 공격한다고 느껴 더 강하게 반응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서는 조금 더 편안함을 느끼셨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관심이 자리 다툼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조금 전의 화도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던 것 같습니다.
일은 잊어도 그때 느낀 감정은 남을 수 있습니다
치매가 진행되면 방금 있었던 일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순서를 기억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잊어도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은 이후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 큰 목소리로 말했을 때 느꼈던 불안이나 불쾌함, 반대로 누군가 따뜻하게 말을 걸고 손을 잡아주었을 때 느꼈던 편안함은 말로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매 어르신을 돌볼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만큼이나 어떤 목소리와 표정으로 다가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든 어르신에게 같은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화를 내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이 심해졌다면 몸이 아픈 곳은 없는지, 잠을 제대로 주무셨는지, 배가 고프거나 화장실이 급한 것은 아닌지 등 다른 불편함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센터에서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저는 한 가지를 자주 느낍니다.
우리는 상황을 해결하려고 설명부터 하려 합니다.
“거기는 어르신 자리가 아니에요.”
“여기로 오셔야 해요.”
“그러시면 안 돼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치매 어르신에게는 그 말이 맞느냐 틀리느냐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존중받고 있는지, 안전한지, 편안한지가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전까지 욕을 하며 화를 내시던 어르신이 부드럽게 다가간 선생님과 간식을 나누며 금세 편안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생각이 더 분명해졌습니다.
치매 어르신에게는 ‘무슨 말을 했느냐’ 못지않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느냐’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저 역시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어르신의 행동을 먼저 고치려고 하기보다 왜 저런 반응을 보이시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목소리를 조금 낮추고, 표정을 조금 부드럽게 하는 것.
때로는 그것이 긴 설명보다 먼저 필요한 돌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