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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간보호센터에서는 어르신들과 인지학습을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학습지라고 해서 글을 많이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그날의 날짜를 확인하기도 하고,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떠올려 간단하게 적어보기도 합니다.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질문에 말로 답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혼자서 잘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질문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럴 때 저는 옆에 앉아 문제를 다시 읽어드리거나 조금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립니다. 바로 답을 말씀드리기보다는 기억하실 수 있도록 기다렸다가 작은 힌트를 드리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이제 익숙해져가는 일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인지학습을 도와드리다 보면 가끔 예상하지 못했던 말 한마디에 제가 더 기분 좋아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학습지 뒷부분에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나를 많이 웃게 해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어르신께 질문을 읽어드리고 누구 생각이 나시는지 여쭤봤습니다.

“여기 선생님들 모두 다지”라는 대답이 참 좋았습니다
어르신들의 대답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한참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고 가족을 떠올리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어떤 어르신은 질문을 듣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선생님들 모두 다지.”
그 말을 듣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센터에는 여러 선생님이 계십니다. 식사를 챙기고, 화장실을 도와드리고, 이동할 때 부축하고,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하루 종일 어르신들 곁을 오갑니다.
어르신 입장에서는 누가 어떤 일을 해드렸는지 하나하나 구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많이 웃게 해 준 사람을 묻는 질문에 센터의 선생님들을 떠올려주셨다는 것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래요? 선생님들이 그렇게 좋아요?”
하고 다시 여쭤보면 그렇다고 말씀하시며 웃으시기도 합니다.
아주 짧은 대화지만 이런 순간에는 센터 안의 분위기가 조금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인지학습 시간이라고 하면 문제를 풀고 기억력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요즘 이런 짧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가끔 제 이름을 말씀해주실 때는 제가 더 고맙습니다
그리고 종종 조금 더 마음에 남는 순간도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드렸는데 어떤 어르신이 제 이름을 말씀하실 때입니다.
“○○ 선생님.”
처음 들었을 때는 제가 잘못 들었나 싶었습니다.
“저요?”
하고 다시 여쭤보면 그렇다고 하시면서 웃으십니다.
어떤 분은 “고마워”라는 말씀까지 덧붙여주십니다.
제가 특별한 일을 해드린 것도 아닙니다.
인지학습을 하다가 잘 모르시면 다시 한번 설명해 드리고, 점심 메뉴가 생각나지 않으면 “오늘 국은 뭐였지요?” 하면서 하나씩 떠올려보도록 도와드린 정도입니다.
문제를 잘 풀어내시면 “잘하셨어요” 하고 함께 웃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르신에게는 그런 작은 시간이 기억에 남았던 모양입니다.
물론 모든 어르신이 제 이름을 말씀하시는 것도 아니고 매번 있는 일도 아닙니다.
그래서 가끔 제 이름이 나올 때면 오히려 더 뜻밖이고 고맙습니다.
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아직 배우는 것도 많고 다른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언제 저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 날 어르신께서 제 이름을 불러주시고 “고맙다”고 해주시면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제가 어르신을 도와드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에, 어르신도 모르게 제게 작은 힘을 건네주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숨은 그림 하나를 함께 찾으면서 저도 많이 배웁니다
인지학습 시간에는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것뿐 아니라 숨은 그림 찾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물건을 하나씩 찾아야 하는데, 이것도 어르신마다 정말 다릅니다.
그림을 보자마자 “여기 있네” 하면서 금방 찾아내시는 분도 계시고, 한참 그림을 들여다보셔도 잘 찾지 못하는 분도 계십니다.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시면 저도 옆에 앉아 같이 그림을 들여다봅니다.
처음부터 손가락으로 답을 가리켜드리기보다는 “이쪽 한번 보실까요?”, “이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요” 하면서 조금씩 힌트를 드립니다.
그러다가 어르신이 직접 찾아내시면 표정부터 달라집니다.
“찾았다!”
하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같이 웃게 됩니다.
가끔은 제가 먼저 찾지 못한 것을 어르신이 먼저 발견하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머, 저보다 훨씬 잘 찾으시네요”라고 말씀드리면 참 좋아하십니다.
점심 메뉴를 기억해보는 것도 비슷합니다.
“오늘 점심에 뭐 드셨지요?” 하고 여쭤보면 바로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잘 생각나지 않는 분도 계십니다.
그럴 때 하나씩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국이 있었지요?”
“반찬은 뭐가 나왔을까요?”
그러다 하나라도 생각나면 함께 웃습니다.
처음에는 저는 인지학습 시간에 학습지를 잘 끝내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숨은 그림 하나를 찾았다고 좋아하시고, 점심에 먹었던 반찬 하나를 생각해 내고, 질문 하나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 과정 자체가 참 좋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끝에 “나를 많이 웃게 해준 사람”이라는 질문이 나오면 어떤 분은 “선생님들 모두 다”라고 하시고, 가끔은 제 이름을 말씀해 주십니다.
제가 어르신들을 웃게 해 드리려고 옆에 앉아 있었는데, 정작 하루가 끝나고 나면 제가 더 많은 웃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센터에서 일하는 하루가 늘 편한 것은 아닙니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면 힘든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작은 순간들이 하나씩 생깁니다.
내 생각에는 인지학습 시간에 꼭 정답을 많이 맞추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함께 그림 하나를 찾고, 기억 하나를 떠올리고, 그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같이 웃을 수 있다면 그것도 참 좋은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