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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셔야 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평가등급입니다. ‘1등급이면 그래도 믿을 만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믿음을 흔드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노인학대가 발생한 요양병원이 최상위 1등급 평가를 받고 지원금까지 받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회에서는 노인학대가 확인된 요양병원의 평가등급을 다시 평가하고, 이미 지급된 지원금까지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노인학대가 있었는데 어떻게 1등급을 받았을까?
실제 사례를 보면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022년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이 보호자 동의 없이 입원 환자의 머리를 삭발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행위는 정서적 노인학대로 판정됐습니다.
그런데 해당 병원은 같은 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서 최상위인 1등급을 받았고, 약 1억1천만원의 지원금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핵심은 평가체계에 있습니다. 요양병원의 적정성 평가와 노인학대 관련 정보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학대가 확인된 병원이라도 의료서비스 관련 평가에서는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허점이 생깁니다.
비슷한 문제는 장기요양기관에서도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이 2026년 4월 공개한 감사 결과를 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노인학대 판정을 받은 장기요양기관 410곳 가운데 50곳이 최우수 A등급을 받았습니다. 일부 기관에는 수가 가산금까지 지급됐습니다.
학대 발생하면 재평가하고 지원금도 돌려받는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2026년 10월 15일 국회에는 노인학대 정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노인학대가 발생한 요양병원의 평가등급을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노인학대가 확인됐는데도 과거 평가등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부 지원까지 계속 받는 상황을 막자는 것입니다.
학대 사실을 평가에 반영해 등급을 재평가하고, 요건에 해당한다면 지급된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아직 법안이 발의된 단계이므로 이미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보면 안 됩니다. 앞으로 국회 심사와 의결 등의 절차를 지켜봐야 합니다.
부모님 모실 곳, ‘1등급’만 보고 결정하면 안 되는 이유
이번 일을 보면서 보호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이것입니다.
평가등급은 시설이나 병원을 선택할 때 참고할 중요한 자료이지만, 그 숫자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가능하다면 직접 방문해 어르신들의 표정과 위생 상태, 직원들이 어르신에게 말하는 방식, 호출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가 질문했을 때 충분히 설명해주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학대나 행정처분 이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평가등급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도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돌보는 일을 하면서 느끼지만, 좋은 돌봄은 서류상의 점수만으로 전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어르신을 이름으로 불러주고, 불편한 표정을 알아채고, 싫다는 의사를 존중해주는 작은 행동들이 실제 생활에서는 훨씬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평가제도가 바뀐다면 단순히 서류를 얼마나 잘 갖췄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이 실제로 존중받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게 반영됐으면 합니다.
※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 공개된 감사 결과와 법안 발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법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