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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로 근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매일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실수도 하며 하루하루 현장에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저귀를 사용하시는 어르신 몇 분의 기저귀를 화장실에서 교체해 드리는 일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교육 과정에서도 여러 번 배웠던 내용이었지만, 막상 실제 현장에서 해보니 책으로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혹시 제가 어르신을 불편하게 해 드리지는 않을까, 당황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르신 앞에 서니 이상하게도 제가 걱정했던 마음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제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기저귀가 아니라 어르신의 표정이었습니다. 불편하지 않으신지, 민망해하지는 않으시는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왜 나는 생각했던 것과 달랐을까.'

어머니를 돌보던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고관절 수술을 받으신 뒤 한동안 침상에서 생활하셔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움직이시는 것조차 힘드셔서 집에서 제가 기저귀를 갈아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 서툴렀습니다. 어떻게 해야 덜 불편하실지 몰라 여러 번 자세를 바꿔 드리기도 하고, 혹시 피부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저 가족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가족이 아닌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면서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눈앞에 계신 어르신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부모님이고,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오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거부감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먼저 앞섰습니다. 저 자신도 그 변화가 조금 신기했습니다.
돌봄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살피는 일이었습니다.
화장실에서 기저귀를 교체해 드리는 동안 저는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조금만 옆으로 돌아보실게요."
"거의 다 끝났습니다."
"불편한 곳은 없으세요?"
짧은 말이었지만 그 말 한마디가 어르신을 조금은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일을 빨리 끝내는 것보다 어르신께서 부끄럽거나 당황하지 않으시도록 배려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도움을 드린 뒤에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오히려 제 마음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도움을 받으시는 상황에서도 먼저 감사와 미안함을 표현하시는 모습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날 저는 기저귀를 교체하는 일이 단순히 위생을 위한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하루를 보내시는 어르신께 편안함을 드리고, 한 사람의 존엄을 지켜드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전의 꿈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래전 제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작은 꿈이 떠올랐습니다.
언젠가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지내실 수 있는 요양원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고, 장기요양등급에 따라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나이가 들면 누구나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면서 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좋은 건물과 넓은 시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팩을 해드릴 때도, 화장실을 함께 다녀올 때도, 목욕을 도와드릴 때도 어르신들은 몇 번이고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은 제가 더 감사한데 말입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오신 분들, 가족을 위해 평생을 애쓰며 살아오신 분들이 제게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면 마음 한쪽이 조용히 울컥합니다. 측은한 마음도 들고, 세월의 무상함도 느끼고, 무엇보다 존경하는 마음이 함께 생깁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요양보호사가 저와 잘 맞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조금씩 확신이 생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부족한 점은 많겠지만, 저는 어르신을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삶을 살아오신 분으로 존중하며,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편안한 하루를 보내실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래전에는 요양원을 짓는 것이 꿈이었다면, 지금은 제 앞에 계신 어르신 한 분을 따뜻하게 모시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 꿈은 형태만 달라졌을 뿐, 오래전부터 제 마음속에 있었던 같은 꿈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