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치매 어머니를 돌보던 보호자가 요양보호사가 되기까지

실버나침반 2026. 8. 9. 05:38

목차


    앞선 글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주야간보호센터로 출근하게 된 현재의 이야기를 먼저 전했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치매 어머니를 돌보던 보호자인 제가 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저는 요양보호사가 아니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몰라 인터넷을 찾아보고, 주민센터를 찾아가고, 병원을 오가며 하나씩 배워 가는 평범한 보호자였습니다. 장기요양보험이 무엇인지, 의료급여는 어떻게 신청하는지, 기초연금은 어떤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지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인터넷에는 정보가 많았지만 우리 가족의 상황과 꼭 맞는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직접 공부한 내용을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의 이 블로그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업을 위해 준비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치매를 진단받은 어머니를 제대로 이해하고 돌보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배워야 했습니다. 그렇게 국비지원 요양보호사 교육을 신청했습니다. 자격증이 목적이 아니라 어머니를 위한 공부가 먼저였습니다.

    치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함께 주야간보호센터로 출근하는 보호자의 모습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뒤 같은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학원 첫날, 평생 잊지 못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교육 첫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지만 아무리 벨이 울려도 받지 않으셨습니다. '잠깐 주무시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향했고 문을 열자마자 눈앞의 장면에 그대로 멈춰 섰습니다.

    어머니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계셨습니다. 일어나려고 애쓰셨지만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너무 놀란 저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습니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해 어머니를 병원으로 옮겼고 검사 결과는 골반의 심한 골절이었습니다. 응급수술이 필요했고, 앞으로 긴 입원과 재활 치료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날은 요양보호사 교육을 시작한 첫날이기도 했습니다. 병원 복도에 앉아 있으면서 수없이 고민했습니다. '지금 학원을 계속 다니는 것이 맞을까. 어머니 곁을 지키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병원과 학원, 그리고 과외를 오가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당시 제 하루는 병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침이면 병원으로 달려가 어머니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과외를 하러 갔고, 일이 끝나면 다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이미 밤이 늦어 있었고, 잠시 눈을 붙이면 다시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생활이 반복되었습니다.

    몸은 점점 지쳐 갔습니다. 잠도 부족했고 제대로 쉬는 날도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육체적인 피로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마음이었습니다. 병실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볼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학원에 가는 것이 맞는 걸까.' '오늘 하루라도 곁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같은 고민을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교육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포기하면 앞으로도 어머니를 제대로 돌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양보호사 교육은 단순히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치매를 이해하고, 어머니를 더 안전하게 돌보기 위한 공부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교육을 마쳤고 결국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주야간보호센터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국비지원 과정의 취업 연계로 주야간보호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고민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어디에 모셔야 할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골절 수술 이후 어머니는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보호자인 저는 어머니의 몸 상태와 생활 습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다른 분께 모든 돌봄을 맡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여러 날 고민한 끝에 조금 특별한 선택을 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주야간보호센터에 어머니도 함께 다니시기로 한 것입니다.

    지금은 아침이면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저는 요양보호사로 출근하고, 어머니는 같은 센터에서 하루를 보내십니다. 퇴근 시간이 되면 다시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저는 직원이고 어머니는 이용자입니다. 보호자였던 시절에는 우리 어머니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가 된 지금은 모든 어르신이 누군가의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 블로그는 복지제도를 정리하기 위해 시작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보호자가 하나씩 배우며 기록한 과정이었고, 이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되어 다시 경험을 기록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장기요양보험과 치매, 의료급여, 기초연금 같은 복지 정보를 알기 쉽게 정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도만 설명하는 글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겪었던 고민과 시행착오, 보호자로서의 마음, 그리고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배우는 경험도 함께 기록하려고 합니다. 제가 처음 치매라는 단어 앞에서 막막했던 것처럼 지금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가족들이 있을 것입니다. 제 경험이 그분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된다면,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