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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출근하려고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납니다

복지라라 2026. 8. 24. 18:05

목차


    엄마와 함께 주야간보호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지 3주가 되었습니다.

    저는 요양보호사로 출근하고, 엄마는 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으로 함께 집을 나섭니다. 같은 곳으로 가니 처음에는 오히려 편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출근하면서 엄마도 모시고 가면 되니 따로 신경 쓸 일이 줄어들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엄마와 함께 출근하는 날의 아침은 제가 혼자 출근할 때보다 훨씬 일찍 시작됩니다. 센터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 제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됩니다.

    엄마와 함께 출근을 준비하는 아침
    주야간보호센터에 가기 전 멋스럽게 외출 준비를 하는 어머니를 돕는 딸

    엄마와 함께 출근하는 아침은 새벽 5시에 시작됩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엄마를 챙깁니다. 목욕을 해드리고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도와드린 뒤 간단하게 아침을 준비합니다.

    식사만 챙긴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화장실도 다녀오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대소변을 해결했는지 살펴야 합니다.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른 것은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엄마를 씻겨드리고 식사를 챙기고 화장실까지 다녀온 뒤 센터에 갈 준비를 하나씩 마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5시에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7시가 넘습니다. 이것저것 마무리하고 나면 7시 30분 정도가 됩니다.

    혼자 출근하는 것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제 몸 하나 씻고 옷을 입고 준비해서 나가면 되니까요. 하지만 엄마와 함께 움직이려면 엄마의 준비가 끝나야 제 출근 준비도 끝납니다.

    어떤 날은 아침부터 마음이 급해집니다. 화장실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생각했던 대로 준비가 되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엄마에게 빨리하라고 재촉할 수도 없습니다.

    엄마에게 필요한 시간과 출근시간 사이에서 제가 맞춰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집을 나서기도 전에 벌써 한참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솔직히 힘듭니다.

    혼자 출근한다면 조금 더 잘 수도 있고,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며 천천히 준비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엄마를 집에 혼자 두고 나오는 것보다는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은 놓입니다. 적어도 엄마가 오늘 하루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요.

    다른 어르신들의 작은 변화는 잘 보이는데 엄마는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센터에서 3주 동안 일하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말씀이 거의 없던 어르신이 어느 날 이야기를 받아주시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에 별 관심이 없던 분이 색연필을 들고 한참을 집중하는 모습도 봅니다.

    식사를 잘하지 않던 분이 전보다 조금 더 드시는 날도 있고, 늘 무표정하던 분이 먼저 웃어주실 때도 있습니다.

    아주 작은 변화지만 매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그런 모습이 크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표정이 참 좋으시네.”

    “요즘 식사를 전보다 잘하시네.”

    그런 생각을 하며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다른 어르신들을 바라보다가도 결국 제 눈은 엄마에게로 갑니다.

    엄마도 센터에 다니기 시작했으니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말도 조금 많아지고,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보이고, 표정도 전보다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3주가 지난 지금까지는 제가 기대했던 만큼의 변화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어르신들의 작은 변화는 금방 알아보면서도 정작 엄마에게서는 달라진 모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끔 마음이 이상해집니다.

    다른 어르신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반가운데 동시에 “우리 엄마도 저렇게 조금씩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양보호사로 다른 어르신을 바라볼 때는 기다릴 줄 알면서도, 딸이 되어 엄마를 바라보면 자꾸 욕심이 생깁니다.

    아마 엄마를 너무 가까이에서 매일 보고 있어서 작은 변화를 제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이제 겨우 3주인데 제가 너무 빨리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면 저는 다시 5시에 일어날 것입니다. 엄마를 씻겨드리고 아침을 챙기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또 함께 집을 나설 것입니다.

    아직 엄마에게 큰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은 조금 더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좋아지는 모습만 변화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엄마와 센터에 함께 다닌 지 3주가 지나면서 요즘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눈에 띄게 좋아져야만 변화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센터에 다니면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어르신들의 변화가 보일 때마다 저도 모르게 엄마와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매일 아침 저와 함께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센터에 갑니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다른 어르신들과 하루를 보낸 뒤 저녁이면 다시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이런 규칙적인 하루를 계속 보내는 것 자체가 엄마에게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엄마가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이야기하고,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어르신에게 작은 변화가 보이면 “우리 엄마도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여전히 듭니다.

    요양보호사로 다른 어르신을 대할 때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엄마 앞에서는 그게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제 겨우 3주입니다. 엄마에게도 엄마만의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새벽 5시에 일어나 엄마를 씻겨드리고 아침을 챙기고 대소변을 도와드린 뒤 함께 출근하는 생활이 솔직히 힘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엄마를 씻겨드릴 수 있고, 아침을 챙겨드리고, 함께 출근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은 힘들게 느껴지는 이 아침이 언젠가는 그리운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에는 지금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빨리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속도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금 더 그 옆에서 기다려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