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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도 없고 무급휴가도 안 된다, 코로나 걸린 요양보호사는 어쩌라고요?

복지라라 2026. 10. 21. 05:58

목차


    며칠 전 코로나에 걸렸다.

    내가 일하는 곳은 어르신들이 하루를 보내는 주야간보호센터다.

    코로나 확진 사실을 알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며칠은 쉬어야겠다”는 것이었다.

    내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걱정된 것은 어르신들이었다.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을 부축하고, 식사를 돕고, 화장실에 모시고 가고, 옷을 입혀드리는 등 하루 종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일한다.

    그런데 막상 쉬려고 하니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남아 있는 연차가 없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별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돈을 안 받아도 괜찮으니 무급으로 며칠 쉬면 되겠지.”

    그런데 무급으로 쉬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궁금해졌다.

    코로나에 걸린 요양보호사가 연차를 모두 사용했다면 도대체 어떻게 쉬어야 하는 걸까?

    코로나에 걸렸지만 무급휴가도 사용하기 어려운 주간보호센터 요양보호사의 휴가 현실
    코로나에 걸린 요양보호사가 주간보호센터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연차를 모두 사용한 뒤 무급휴가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돌봄 현장의 현실과 아픈 요양보호사의 쉴 권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에 걸렸는데 쉴 수 있는 휴가가 없다

    현재 코로나는 예전처럼 모든 확진자에게 일률적으로 의무격리를 적용하는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주요 증상이 호전된 후 일정 시간까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는 등 주의를 권고하고 있다.

    나처럼 고령의 어르신을 가까이에서 돌보는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쉬어야 한다면 무슨 휴가를 사용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연차가 남아 있다면 연차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사용할 수 있는 연차를 모두 사용한 상태였다.

    병가가 있는 직장이라면 병가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근로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정 유급병가가 보장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급여를 받지 않고 쉬면 된다고 생각했다.

    “돈을 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코로나가 나을 때까지만 며칠 쉬겠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무급휴가 역시 사업장의 규정이나 승인 문제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연차를 모두 사용했고 별도의 병가제도도 없다면 감염병에 걸린 근로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좁아질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답답했다.

    놀러 가려고 쉬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혹시라도 감염시킬까 걱정돼 며칠 쉬겠다는 것인데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돈도 안 받겠다는데 왜 무급휴가도 쉽지 않을까?

    처음에는 센터가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장기요양기관의 운영 구조를 찾아보면서 일반 직장과는 다른 사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야간보호센터를 비롯한 장기요양기관은 이용하는 어르신 수 등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갖춰야 한다.

    종사자의 근무인원과 근무시간도 기관 운영과 장기요양 급여비용 산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직원 한 명이 며칠 빠지는 문제를 단순히 “그 직원에게 며칠치 급여를 주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센터도 이해는 된다.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요양보호사가 그 일을 나눠서 해야 한다. 식사 도움, 이동 보조, 화장실 이용, 위생관리 등은 사람이 없다고 다음 날로 미룰 수도 없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센터도 사람을 빼줄 수 없고, 요양보호사도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다면 이 문제를 도대체 누가 해결해야 하는가.

    센터와 요양보호사 둘 중 한쪽이 감당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양보호사에게 “아프면 쉬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도 이 문제를 좀 더 현실적으로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염병 예방수칙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한다.

    특히 노인과 기저질환자 등 감염에 취약할 수 있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 어르신들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감염됐을 때는 어떨까.

    연차를 다 사용했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사용해서 쉬어야 하는지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렵다.

    병가가 없는 사업장도 있다.

    무급으로라도 쉬고 싶어도 기관의 사정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언제까지 요양보호사 개인과 센터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겨둘 것인지 묻고 싶다.

    요양보호사가 코로나나 독감 같은 감염성 질환에 걸렸을 때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병가제도나 대체인력 지원 같은 현실적인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센터가 직원을 쉬게 해주고 싶어도 인력이 부족해 어렵다면 대체인력을 지원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근로자가 연차를 모두 사용했다고 해서 아픈 몸으로 출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막아야 한다.

    이것은 요양보호사에게 특별한 혜택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픈 사람이 며칠 회복한 뒤 다시 일터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길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더구나 요양보호사는 감염에 취약할 수 있는 고령의 어르신을 돌보는 사람이다.

    요양보호사가 쉬지 못해 감염된 상태로 출근하게 된다면 결국 그 위험은 요양보호사 한 사람에게서 끝나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어르신과 다른 직원, 그리고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르신을 보호하는 정책과 요양보호사를 보호하는 정책을 따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나는 돈을 받으면서 쉬게 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

    돈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코로나가 나을 때까지 며칠 쉬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을 직접 겪고 나니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남는다.

    감염은 막으라고 하면서, 감염된 요양보호사가 쉴 방법은 왜 개인이 알아서 찾아야 할까?

    정부와 장기요양 관련 기관에서도 이제는 이 문제를 현장의 목소리로만 남겨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염병에 걸린 돌봄 종사자가 안심하고 쉴 수 있도록 병가, 대체인력, 인력기준 적용 등 현실적인 대책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면 쉬세요.”

    너무나 당연한 이 한마디가 요양보호사에게도 실제로 가능한 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르신을 보호하려면 그 어르신을 돌보는 사람부터 보호해야 한다.

    나는 이번 코로나를 겪으면서 그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다.

    ※ 코로나19 관련 권고와 장기요양기관의 인력·근무시간 기준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병가 및 무급휴가 가능 여부도 사업장의 취업규칙, 근로계약과 근무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