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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같은 인원으로 일을 조금 덜 힘들게 할 방법은 없을까.
아직 일을 배우는 중이지만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생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르신들의 식사시간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시간을 4시로 통일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어르신들의 식사시간이 나뉘어 있으면 배식을 하고 식판을 거두고 정리한 뒤 또 다음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식사시간을 오후 4시로 통일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한 번에 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하면 같은 인력으로도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았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부담도 줄어들고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 않으니 센터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꽤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원장님께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원장님, 어르신들 식사시간을 4시로 통일하면 어떨까요? 같은 인력으로도 일이 훨씬 수월하고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 않으니 인건비도 절약될 것 같은데요.”
저는 당연히 업무 효율이나 인력 이야기가 이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원장님의 대답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원장님에게 그 30분은 다른 의미였습니다
원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30분이라도 늦게 드시고 가시면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이 집에 돌아가셔서 배가 덜 고프시지 않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30분을 ‘일하는 시간’으로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에 식사를 하면 일이 줄어들고, 같은 인력으로 움직일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원장님은 같은 30분을 전혀 다르게 보고 계셨습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집에 돌아가 보내야 하는 저녁시간.
센터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있습니다. 식사도 같이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도움이 필요하면 옆에서 누군가 손을 내밀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센터 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시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시는 분도 계시지만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가 혼자 저녁시간을 보내시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그런 어르신에게는 30분 늦게 드시는 저녁 한 끼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일을 먼저 생각했고, 원장님은 어르신이 집에 돌아간 뒤의 시간까지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날 문득 원장님이 평소 어르신들께 자주 하시던 한마디가 떠올랐습니다.
“어르신, 사랑합니다.”
평소에도 많이 들었던 말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그 말의 무게가 전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르신들께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는 아직 그 말을 하지 못합니다
원장님은 어르신들께 자주 말씀하십니다.
“어르신, 사랑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그 말을 하지 못합니다.
어르신들을 싫어해서도 아니고, 마음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식사를 챙기고, 화장실에 가실 때 부축하고, 운동을 권해드리고,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펴드리면서 하루를 함께 보냅니다.
처음에는 성함과 얼굴을 익히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이제는 표정만 보아도 오늘 기분이 어떠신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제게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원장님이 어르신들께 사랑한다고 말씀하실 때면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며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요.
그 말을 하기 전에 이미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아직도 효율을 먼저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빨리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덜 힘들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생각도 필요합니다. 요양보호사도 지치지 않아야 어르신들을 오래 잘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한 번쯤은 멈춰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방법이 어르신에게도 좋은 방법일까?’
이번에는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원장님이 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또 하나를 배웠습니다.
요양보호사가 된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어르신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곁에서 지내면서 몰랐던 것을 하나씩 알아가고, 내가 먼저 생각했던 것보다 어르신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저는 지금 그 과정을 배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억지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어르신이 춥지는 않은지 한 번 더 보고, 걸으실 때 불편하지 않은지 살피고, 식사를 잘하셨는지 한 번 더 여쭤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마음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저도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르신, 사랑합니다.”
그때는 그 말이 입에서 먼저 나오는 말이 아니라 마음에서 먼저 나온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생각 : 사랑한다는 말을 배우기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법부터 배워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