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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몇 번을 말해도 안 되던 일이 선생님 한마디에 해결됐습니다

복지라라 2026. 9. 11. 09:26

목차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인데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거부하실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단순히 고집이 세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평생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살아오신 분에게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거나 워커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약해진 모습을 인정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센터에 그런 어르신이 한 분 계십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셨고 평소에도 자존심이 강한 편이셨습니다. 몸이 피곤해 보여 잠시 누워 쉬시라고 말씀드려도 좀처럼 누우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른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도 의자에 앉아 계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넘어져 어깨 골절을 겪은 뒤에도 워커 사용을 꺼리는 어르신에게 요양보호사가 자리를 옮겨 앉도록 권하는 모습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워커 사용과 자리 이동을 꺼리는 어르신에게 요양보호사가 눈높이를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앉아서 졸다가 옆으로 넘어지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르신이 의자에 앉은 채로 졸다가 몸이 옆으로 기울면서 넘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결국 어깨를 다치셨고 골절까지 생겼습니다.

    한 번 크게 다치셨으니 이제는 조금 더 조심하시겠지 싶었지만 어르신의 생활 방식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누워 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고, 이동할 때 워커를 사용하시도록 권해드려도 잘 사용하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한 번 넘어져 골절까지 생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또다시 넘어지기라도 하면 더 크게 다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졸음이 올 때 의자에 앉아 계시다가 다시 몸이 기울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됐습니다.

    그렇다고 어르신이 싫다고 하시는 것을 억지로 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르신, 피곤하시면 잠깐 누워서 쉬세요.”

    “워커 잡고 가시면 조금 더 안전해요.”

    말씀을 드려도 어르신은 본인이 하시던 방식을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르신에게는 도움을 받는 것보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게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자리로 옮겨드리고 싶었습니다

    계속 지켜보다 보니 저는 어르신의 자리를 조금 안쪽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또 몸이 기울거나 중심을 잃더라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살펴보기 쉽고 안전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어르신께 자리를 한번 바꿔보시면 어떻겠느냐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은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몇 번 말씀드린다고 해서 생각을 바꾸실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고 팀장님께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이 앉아서 졸다가 넘어져 이미 어깨 골절까지 있었고, 워커도 잘 사용하지 않으시니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전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옮겼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팀장님께서도 상황을 이해해주셨고 결국 어르신의 자리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센터에 오신 어르신은 바뀐 자리에 앉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여기 안 앉아.”

    결국 다시 처음부터였습니다.

    안전을 생각하면 자리를 옮기셨으면 좋겠는데, 어르신의 마음을 억지로 바꿀 수도 없었습니다.

    팀장님도 쉬시는 날이라 오래 알고 지내시는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상황 을 말씀드렸고 , 그 선생님은 어르신에게 직접 가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몇 번 말씀드려도 움직이지 않으셨던 어르신이 결국 새로운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같은 말을 해도 누가, 어떤 관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어르신의 반응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보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그날 저는 오래 근무하신  팀장님과 선배 선생님의 모습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려도 받아들이지 않으셨던 일을 그 분들은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해결하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르신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는 점도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친분이 있어서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이 어떤 성격인지 알고 있었고, 무엇을 싫어하시는지, 어떤 방식으로 말씀드려야 받아들이시는지를 이미 알고 계시는 듯했습니다.

    저는 안전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미 한 번 넘어져 크게 다치셨으니 더 안전한 자리로 옮기셔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 어르신을 움직일 수는 없었습니다.

    어르신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앉아 있던 자리를 갑자기 바꾸라는 말도 불편했을 것이고, 워커를 사용하라는 말이나 누워서 쉬라는 말 역시 자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하는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평생 스스로 판단하고 생활해오신 분에게는 누군가가 “이렇게 하세요”라고 하는 말 자체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돌봄에서는 무엇이 옳은지를 아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어르신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센터에 처음 근무하기 시작했을 때는 경력이 오래된 선생님들을 보면서 일을 빠르게 하고 순서를 잘 아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어르신에게는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말씀드리고, 어떤 분에게는 선택할 수 있도록 여쭤보고, 또 어떤 분에게는 평소 신뢰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판단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 어르신을 만나고 거절도 당해보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도 겪으면서 하나씩 쌓여가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저도 센터에서 일하면서 처음에는 그저 해야 할 일을 배우는 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르신을 안전하게 모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분의 자존심과 살아온 방식까지 생각하면서 도움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도 요양보호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해결하지 못했던 일을 오래 근무하신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부끄럽다기보다는 ‘아, 이런 것도 배워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직은 제가 배우는 과정에 있지만 이런 경험이 하나씩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저도 어르신의 마음을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리고, 무조건 설득하기보다 그분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생각: 요양보호사의 경력은 일을 능숙하게 하는 것뿐 아니라 어르신의 자존심을 지켜드리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