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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간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어르신을 위한 좋은 서비스라면,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상황도 함께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일하는 곳은 규모가 꽤 큰 편이다.
등록된 어르신은 약 90명이고 하루 평균 80명 정도가 센터를 이용한다. 저녁식사를 드시는 어르신도 하루 50명이 넘는다.
요양보호사는 현재 15명 정도이고 앞으로 2명이 더 충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요양보호사가 적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오후가 되어 하원 송영과 저녁식사가 겹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도 처음에는 왜 저녁시간만 되면 이렇게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하는지 잘 몰랐다.
일을 계속하면서 알게 됐다.
문제는 전체 직원 수가 아니라 가장 바쁜 시간에 실제 홀에 몇 명이 남아 있느냐였다.
50명이 넘는 석식, 한꺼번에 먹는 것이 아니다
센터에서는 50명이 넘는 어르신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물론 처음부터 몇 명의 요양보호사만 이 많은 어르신의 식사를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송영을 나가기 전에는 다른 선생님들도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배식하고 어르신들의 식사를 돕는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저녁식사 시간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후 4시, 4시 10분, 4시 20분, 4시 30분으로 나뉘어 있다.
왜 이렇게까지 시간을 나눌까 궁금했다.
원장님에게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
센터 이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센터에서 저녁을 늦게 드시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 마음은 이해한다.
실제로 혼자 사시는 어르신에게 따뜻한 저녁 한 끼를 챙겨드리는 것은 중요한 돌봄이라고 나 역시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고 어르신을 돌보는 입장에서는 다른 문제가 보인다.
4시 식사를 준비하고 배식한다.
식사보조를 하는 사이 4시 10분 식사가 이어진다.
먼저 드신 분들의 식판을 수거하다 보면 4시 20분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다시 4시 30분 식사가 시작된다.
식사 준비 → 배식 → 식사보조 → 식판 수거가 10분 간격으로 계속 이어지는 셈이다.
처음에는 여러 선생님이 함께하니 그나마 낫다.
하지만 바로 그 시간부터 하원 송영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송영차가 한 대씩 나갈 때마다 홀의 사람도 줄어든다
어르신들을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는 것도 주야간보호센터의 중요한 업무다.
그래서 하원시간이 되면 요양보호사들이 차량 송영을 위해 하나둘 센터를 나간다.
센터장이나 원장도 송영에 함께 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 빠져나가다 보면 평소 홀에 남아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4명 정도가 된다.
4명이 온전히 홀 업무만 할 수 있다면 그래도 서로 움직이며 일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휴무가 겹치는 날도 있다.
홀을 담당하던 4명 가운데 2명이 쉬는 날이면 실제 남는 사람은 2명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일이 생긴다.
송영 차량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귀가하시는 어르신들의 신발을 찾아드리고, 신겨드리고, 가방과 소지품을 챙기고, 차량을 타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두 명 중 한 명이 그 일을 맡으면 그 순간 홀을 실질적으로 살피는 사람은 한 명이 되는 때도 있다.
그렇다고 남아 계시는 어르신들이 모두 가만히 앉아 계시는 것은 아니다.
“화장실 가고 싶어요.”
“집에 가야 하는데 차가 왜 안 와?”
“내 가방 어디 있어?”
한 분은 워커를 잡아드려야 하고, 한 분은 화장실 이동을 도와드려야 한다.
식사를 천천히 하시는 분은 계속 식사보조가 필요하고, 다 드신 분의 식판은 치워야 한다.
양치를 도와드리고 기저귀를 살피고 귀가 준비도 해야 한다.
낙상 위험이 있는 어르신이 일어나시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달려가야 한다.
사람은 송영으로 줄어드는데 해야 할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석식과 화장실, 양치, 귀가 준비, 송영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오후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정신없는 시간이 된다.
어르신을 위한 철학이라면 그 철학을 지킬 사람도 필요하다
나는 원장님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집에 돌아가 혼자 계시는 어르신에게 가능한 늦게 따뜻한 저녁을 드시게 하고 싶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그 철학을 계속 유지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서비스를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인력까지 함께 배치하는 것이다.
50명이 넘는 어르신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그것도 4시부터 10분 간격으로 시간을 나누어 제공한다면 그 시간만큼은 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도 같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휴무자가 두 명 겹쳤다면 송영 인원을 조정하거나 다른 인력을 홀에 남기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직원이 15명이라는 숫자만 보고 인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는 실제 현장을 알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직원이 몇 명 등록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가장 바쁜 시간에 어르신 곁에 실제 몇 명이 남아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센터장과 원장도 송영에 나가다 보니 그 시간 홀에서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뛰어다니는지 직접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답답할 때가 있다.
우리가 힘든 것은 어르신에게 저녁을 드리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다.
화장실을 모시는 것이 싫어서도 아니고, 신발을 신겨드리는 것이 싫어서도 아니다.
동시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그 일을 해야 할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힘든 것이다.
다행히 요양보호사 2명을 새로 충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11월을 한번 지켜보려고 한다.
15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나면 송영시간에 홀에 남는 사람이 실제로 늘어나는지, 휴무가 겹치는 날에도 두 명만 남는 상황이 반복되는지, 석식시간의 업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는지를 보고 싶다.
사람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였다면 두 명이 들어온 뒤에는 분명 달라지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직원 숫자만 늘어나고 송영과 홀의 인력배치가 그대로라면 문제는 단순한 인원 부족이 아니라 운영방식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한 어르신을 모시는 보호자이기 때문에 어르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을 안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돌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돌봄은 어르신만 생각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르신을 돌보는 사람까지 함께 생각할 때 오래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11월에는 지금보다 조금 덜 뛰어다니며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더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충원된 뒤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나 역시 이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보려고 한다.
※ 이 글은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며 직접 느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기관이나 종사자를 지칭하거나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니며 센터마다 이용인원, 송영방식, 식사시간 및 인력배치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