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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간보호센터에서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가는 어르신을 보았습니다

복지라라 2026. 8. 10. 05:52

목차


    주야간보호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마음속에 오래 남을 어르신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 그 어르신을 뵈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말없이 고개를 숙인 모습이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계셨지만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으셨고, 다른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마치 세상과의 대화를 잠시 멈춘 것처럼 깊은 우울감 속에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습니다. 괜히 말을 많이 거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기보다는 먼저 웃으며 인사를 드리고, 작은 도움을 드리며 천천히 가까워지기로 했습니다.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사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남성 어르신과 인지활동을 함께하는 모습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여성 요양보호사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남성 어르신과 눈을 맞추며 인지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문이 열리기를 바랐습니다.

    운동 시간이 되면 "선생님, 같이 한번 해보실까요?" 하고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고개만 살짝 드셨다가 다시 숙이시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안 되면 내일, 내일 안 되면 모레 다시 말씀드리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인지활동 시간에는 일부러 어르신께 맞을 것 같은 활동지를 골라 가져다드렸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나 여러 도형을 보고 단어를 완성하는 활동처럼 집중하면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해보자고 권해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손도 대지 않으셨지만, 며칠이 지나자 연필을 손에 드시고 문제를 바라보시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저는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어르신께서 활동에 참여하려는 마음을 내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문제를 하나 해결하실 때마다 "잘하셨습니다.", "조금만 더 해보실까요?" 하고 격려해 드렸습니다.

    작은 변화는 생각보다 큰 감동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보다 식사를 더 잘 드시기 시작했고, 운동 시간에도 제 이야기를 들으시며 천천히 동작을 따라 하셨습니다. 인지활동 시간에는 먼저 연필을 잡으시고 문제를 풀어보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반가웠던 것은 표정의 변화였습니다. 처음 센터에서 뵈었을 때는 늘 고개를 숙이고 계셨지만, 어느 날부터는 눈을 마주쳐 주시고 짧게 대답도 해주셨습니다. 작은 변화였지만 제게는 아주 큰 기쁨이었습니다. '조금씩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속으로 감사했습니다.

    물론 그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운동과 인지활동, 식사 시간,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의 따뜻한 관심이 함께 쌓이면서 조금씩 달라지신 것입니다. 저는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어르신을 만나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어르신과 조금씩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거의 말씀이 없으셨지만, 어느 날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으셨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예전처럼 생활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때문에 자신감을 많이 잃으셨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스스로를 부족하게 생각하고 계셨지만, 제 눈에는 하루하루를 버텨 내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오히려 존경스러웠습니다. 저는 특별한 위로의 말을 하기보다 평소처럼 운동을 함께하고, 인지활동을 도와드리며, 작은 변화도 함께 기뻐해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느 날은 먼저 눈을 마주쳐 주셨고, 또 어느 날은 작은 미소를 보여 주셨습니다. 처음 센터에서 뵈었을 때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계시던 모습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사람의 마음은 따뜻한 관심 속에서 조금씩 열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변화는  센터장님, 다른 요양보호사분 들의 관심과 정성, 그리고 무엇보다 어르신 스스로 다시 일어서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였을 것입니다. 저는 그 곁에서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국비지원 과정의 취업 연계 때문에 6개월만 근무해 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제게 이렇게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을 만나고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면서 제 마음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돌봄은 식사를 돕거나 이동을 보조하는 일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시 웃을 수 있도록 곁을 지켜드리는 일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그래도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어르신을 이해하는 요양보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배우고 느낀 소중한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기록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