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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 언제 가?”
“조금 있다가 차 타고 가실 거예요.”
분명 대답을 해드렸는데 잠시 후 다시 물으십니다.
“나는 언제 집에 가?”
다시 말씀드리고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질문이 돌아옵니다.
어떤 어르신은 식사를 하고 난 뒤에도 “밥은 언제 먹어?”라고 물으시고, 어떤 분은 자녀가 다녀갔는데도 “우리 딸은 왜 안 와?”라고 계속 찾으십니다.
처음에는 저도 그때마다 설명을 해드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이 계속되다 보면 한 가지를 알게 됩니다.
어르신에게는 방금 들은 대답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열 번째 질문이지만 어르신에게는 처음 하는 질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집에 가는 시간과 식사, 가족에 대해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치매 어르신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고 차분하게 안심시켜 드리는 돌봄 상황을 표현한 모습입니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가 통하지 않는 이유
같은 질문을 계속 들으면 보호자도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집에서 하루 종일 부모님을 돌보는 가족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분 간격으로 같은 질문을 받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아까 말했잖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방금 밥 먹었잖아.”
하지만 치매로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진 어르신에게 이런 말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보호자는 분명 여러 번 설명했지만 어르신은 그 설명 자체를 기억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왜 혼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저 사람이 나에게 화를 냈다’는 불편한 감정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센터에서도 비슷합니다.
“선생님, 차 언제 와?”라고 계속 물으시는 어르신께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라고 따지는 것보다 “네, 조금 있으면 차가 와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짧게 말씀드리는 편이 훨씬 편안하게 받아들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의 내용에 정확하게 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질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집에 언제 가?”라는 말 속에는 ‘나는 여기 있어도 괜찮은가’, ‘나를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불안이 들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매번 똑같이 대답하기보다 먼저 마음을 안심시켜 드립니다
그렇다면 같은 질문을 할 때마다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야 할까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시는 어르신께 가능하면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네, 차 와요.”
“따님이 알고 계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이렇게 짧게 대답하고 안심시켜 드리는 편입니다.
그리고 계속 같은 질문에 매달리시면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려보기도 합니다.
물을 한 잔 드리거나 옆에 있는 것을 함께 보기도 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말을 건넵니다.
“어르신, 이것 좀 같이 해볼까요?”
“여기 색깔이 참 예쁘네요.”
질문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불안했던 마음이 다른 편안한 활동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어르신에게 같은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은 짧은 대답만으로 편안해지시고, 어떤 분은 손을 잡아드리거나 옆에 잠시 앉아드려야 안정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르신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질문을 멈추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될수록 그 말 뒤에 있는 불안이나 필요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호자 역시 사람입니다.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 번 듣다 보면 지치는 것이 당연합니다. 무조건 화를 참으라는 말만으로는 실제 돌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반복 질문에 보호자가 덜 지치면서 대답하는 방법
치매 어르신의 반복 질문에 잘 대응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도 하루 종일 같은 말을 듣다 보면 보호자는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질문에 길고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짧고 일정한 대답을 정해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집에 언제 가?”라고 반복해서 물으신다면 그때마다 시간을 계산해 설명하기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가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차가 오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네, 집에 가실 수 있어요.”
같은 질문을 다시 하셔도 비슷한 말로 짧게 대답해 드리는 것입니다. 보호자가 매번 새로운 설명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고 어르신에게도 익숙한 말이 반복되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이실 수 있습니다.
시간이나 일정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신다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큰 글씨로 적어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점심 먹고 집에 갑니다.”
“오후 4시에 딸이 옵니다.”
다만 치매의 정도에 따라 글을 보고도 다시 질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저기 써 있잖아요”라고 다그치기보다는 함께 글을 보면서 다시 알려드리는 편이 좋습니다.
또 한 가지 살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평소보다 갑자기 반복 질문이 심해졌다면 단순히 치매가 진행됐다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때, 변비나 배뇨 불편이 있을 때, 환경이 갑자기 달라졌을 때에도 평소보다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혼란이나 행동 변화가 두드러진다면 몸 상태를 살펴보고 필요하면 의료진에게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센터에서 어르신들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반복되는 말 자체만 붙잡고 있으면 서로 힘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왜 자꾸 똑같은 말을 하실까?”라고 생각하면 열 번째 질문이 힘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지금 무엇이 불안하신 걸까?”라고 생각하면 대응이 조금 달라집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계속하시는 분에게는 집에 갈 수 있다는 안심이 필요할 수 있고, 자녀를 계속 찾는 분에게는 자신이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호자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받아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지쳤다면 잠시 다른 가족과 역할을 나누거나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같은 장기요양서비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돌봄을 오래 이어가기 위한 방법입니다.
치매 어르신의 같은 질문에 매번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 짧게 대답하고 안심시켜 드리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순간이 많습니다.
내 생각에는 치매 돌봄에서 중요한 것은 같은 말을 몇 번까지 받아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어르신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같습니다.
※ 갑작스러운 의식 변화나 심한 혼란, 평소와 뚜렷하게 다른 행동이 나타난 경우에는 치매 증상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의료기관에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