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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르신이 같은 질문을 계속할 때, 매번 대답해야 할까

복지라라 2026. 8. 15. 23:34

목차


    요즘 어머니와 지내면서 전보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시는 일이 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조금 전에 대답해 드린 내용인데 다시 물어보시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질문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자연스럽게 다시 대답합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이 계속되면 저도 모르게 “엄마, 아까 말했잖아”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치매 어르신을 가까이에서 돌보는 가족이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르신 입장에서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는 다섯 번째 질문이어도 어르신에게는 매번 처음 하는 질문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반복 질문이 모두 기억력 저하 때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어디 가?”, “딸은 언제 와?”, “밥은 언제 먹어?” 같은 질문에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는 불안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대답했는지를 따지기보다 왜 같은 것을 계속 확인하려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치매 어르신에게 가족이 일정표를 보여주며 차분하게 설명하는 모습

    같은 질문을 몇 분 만에 또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면 그 내용을 기억하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치매로 최근의 정보를 기억하고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방금 들었던 대답이 오래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오늘 센터 가는 날이야?”라고 물으셔서 “네, 아침 먹고 갈 거예요”라고 대답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잠시 후 다시 같은 질문을 하실 수 있습니다. 조금 전에 질문했다는 사실과 가족에게 들었던 대답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때 가족이 “그걸 몇 번을 물어봐” 또는 “아까 말했잖아”라고 하면 어르신은 왜 가족이 짜증을 내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질문했다는 기억은 사라졌는데 가족의 표정과 목소리가 갑자기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딸 언제 와?”, “오늘 어디 가?”, “누가 나 데리러 와?”와 같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계속 확인하는 질문은 기억력뿐 아니라 불안과도 관련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알고 싶은 것보다 자신이 혼자 남겨지지 않을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반복 질문이 많아진다면 질문 횟수보다 언제 그런 질문을 많이 하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외출하기 전인지, 혼자 있을 때인지, 가족이 자리를 비웠을 때인지, 저녁 무렵인지 등을 관찰하면 반복 질문을 일으키는 상황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까 말했잖아”보다 질문 속의 불안을 먼저 살펴봅니다

    그렇다고 같은 질문을 열 번 하면 열 번 모두 길게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도 하루 종일 같은 대답을 반복하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짧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일정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딸 언제 와?”라고 계속 물으신다면 “5시 30분에 올 거예요”라고 숫자만 알려드리기보다 “저녁 먹기 전에 올 거예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말하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수 있습니다.

    식사 시간이나 외출 일정을 계속 묻는다면 큰 글씨로 간단하게 적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점심 먹고 병원 가기”, “저녁 전에 딸 오기”처럼 어르신에게 익숙한 일상을 기준으로 적어두는 것입니다.

    다만 메모를 붙여놓았다고 해서 “저기 써 있잖아. 직접 봐”라고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글자를 읽더라도 그 내용이 현재 자신에게 해당하는 일정이라는 것을 연결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함께 메모를 보며 짧게 알려드리는 편이 낫습니다.

    질문의 목적이 정보를 얻는 것보다 안심하려는 데 있다면 답을 계속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질문이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잠시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손을 잡아드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간단한 일을 함께 하면서 관심을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돌려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내가 아까 뭐라고 했어?”, “몇 번이나 말했는데 기억 안 나?”처럼 어르신의 기억력을 시험하는 질문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답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르신에게 자신이 계속 틀리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복 질문이 갑자기 심해졌다면 치매 때문이라고 넘기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던 어르신이라 하더라도 어느 날부터 갑자기 횟수가 많아지고 평소보다 혼란스러워한다면 다른 변화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거나 몸이 아픈 경우, 변비나 탈수처럼 불편한 상태에서도 초조함과 반복 행동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복용하는 약이 바뀌었거나 새로운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뒤 변화가 나타났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평소와 달리 갑자기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장소를 심하게 혼동하고, 대화가 잘되지 않거나 지나치게 처지는 등 급격한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히 “치매가 심해졌나 보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다른 신체적 원인과 관련될 수도 있으므로 의료진에게 상태를 알리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복 질문을 받아주는 가족의 피로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여러 번 듣다 보면 처음에는 차분하게 대답하던 가족도 어느 순간 지치고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방문요양이나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고 있다면 집에서 어떤 질문을 반복하는지 담당 요양보호사나 기관과 공유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센터에서도 같은 질문을 하는지, 특정 시간이나 상황에서 심해지는지 함께 살펴보면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치매 어르신의 반복 질문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면 가족도 어르신도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왜 또 물어보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무엇이 궁금하거나 불안해서 계속 확인하시는 걸까?”라고 바라보면 대응 방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는 이미 여러 번 들은 질문이어도 어르신에게는 지금 처음 떠오른 걱정일 수 있습니다. 매번 완벽하게 대답하려고 애쓰기보다 짧고 익숙한 말로 안심시켜 드리고, 언제 반복 질문이 많아지는지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