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치매 어르신을 집에서 돌보는 가족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오히려 밤일 수 있습니다.
낮에는 비교적 잘 지내시던 분이 밤이 되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방과 거실을 오가거나, 현관문을 열려고 하기도 합니다. 가족이 “지금은 밤이에요. 주무셔야 해요.”라고 말씀드려도 잠시 후 다시 일어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옷을 챙겨 입으며 집에 가야 한다고 하고, 이미 자신의 집에 있으면서도 “우리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화장실을 찾다가 다른 방으로 들어가거나 무엇인가를 찾는 것처럼 집 안을 계속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이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지만 매일 반복되기 시작하면 가족도 함께 잠을 자지 못합니다. 낮 동안 일을 해야 하는 가족이라면 돌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밤에 계속 돌아다닌다고 무조건 잠을 안 자는 것은 아닙니다
치매 어르신이 밤에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가족은 먼저 “왜 잠을 안 주무실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잠이 오지 않는 것만이 원인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낮과 밤의 생활 리듬이 흐트러졌거나 낮잠을 오래 잔 경우, 밤에 잠드는 시간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몸이 불편한데 그 이유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해 계속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거나 불안해질 수도 있습니다. 치매로 인해 현재 있는 곳을 자신의 집으로 인식하지 못하면 “집에 가야 한다”며 현관을 찾기도 합니다.
따라서 밤에 돌아다니는 행동 자체만 막으려고 하기보다는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낮잠은 얼마나 주무셨는지, 화장실은 자주 가시는지, 통증이나 불편함은 없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평소와 달리 갑자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혼란과 행동 변화가 심해졌다면 단순히 치매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상담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억지로 재우는 것보다 다치지 않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밤에 계속 일어나시는 어르신에게 “제발 좀 주무세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가족 입장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치매 어르신은 자신이 왜 자야 하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계속 침대로 모시거나 행동을 강하게 제지하면 오히려 불안해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조건 재우는 것보다 밤에 움직이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방에서 화장실까지 이동하는 길에 걸려 넘어질 물건은 치워두고, 너무 어둡지 않도록 작은 조명을 켜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현관문을 반복해서 열려고 하거나 밖으로 나가려는 행동이 있다면 실종 위험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치매환자의 실종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배회감지기 등 실종예방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배회감지기는 보호자가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외출이나 배회로 인한 실종 위험에 대비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낮 시간의 생활도 중요합니다. 가능한 범위에서 햇빛을 보고 몸을 움직이며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활동하도록 도와드리고, 낮잠이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밤에 돌아다니는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단순히 어르신 한 분이 잠을 못 자는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까지 함께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가족의 체력도 빠르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치매 어르신의 야간 행동은 어르신의 안전뿐 아니라 가족이 얼마나 오래 돌봄을 이어갈 수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밤마다 가족이 잠을 못 잔다면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치매 어르신의 야간 배회가 힘든 이유는 어르신뿐 아니라 가족도 함께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밤중에 몇 번씩 일어나 현관문을 확인하거나 화장실을 찾고, 자신의 방을 찾지 못해 집 안을 돌아다니시면 보호자는 계속 깨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넘어지지는 않을까, 밖으로 나가지는 않을까 걱정하다 보면 어르신이 잠드신 뒤에도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된다면 가족의 노력만으로 버티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이라면 현재 이용하는 방문요양이나 주야간보호 등의 서비스가 지금의 상태에 맞는지 다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 야간 행동과 가족의 돌봄 부담을 상담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히 평소와 달리 갑자기 밤새 돌아다니기 시작하거나 심한 혼란과 흥분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히 치매가 심해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밤마다 이어지는 돌봄으로 가족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그것 역시 돌봄 방법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어르신을 안전하게 돌보는 것만큼 돌보는 가족이 지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면서 치매 돌봄은 한 사람의 희생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도움을 함께 이용하면서 오래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