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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르신이 화장실을 찾지 못할 때,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까

복지라라 2026. 9. 9. 09:34

목차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과 생활하다 보면 치매가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가까이에서 보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화장실을 찾는 일입니다.

    늘 이용하는 공간이고 몇 번이나 다녀오셨는데도 어느 순간 화장실이 어디인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시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화장실까지는 잘 다녀오셨는데 다시 본인의 자리를 찾지 못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방향을 잠깐 헷갈리신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치매가 기억뿐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해왔던 일상적인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치매 어르신이 주야간보호센터에서 화장실 위치를 찾지 못해 주변을 살피는 모습
    치매 어르신이 길을 찾기 어려워할 때 지적하거나 재촉하기보다 편안하게 방향을 안내하고 도와드리는 돌봄의 중요성을 담았습니다.

    화장실을 몇 번이나 다녀왔는데 왜 또 찾지 못하실까

    우리는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별다른 생각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갑니다. 하지만 치매가 진행되면 익숙한 공간에서도 방향을 찾거나 자신이 가려던 목적을 기억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센터에서도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셨지만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몰라 서 계시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화장실 저쪽이에요”라고 말로 알려드리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방향을 안내해 드리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화장실에 가는 것만이 아닙니다.

    볼일을 보고 나오신 뒤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개의 의자와 테이블이 비슷하게 놓여 있는 센터에서는 어르신에게 자신의 자리를 구별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이 “어르신, 이쪽으로 오세요” 하며 자리까지 함께 이동해 드리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치매 어르신에게는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공간도 때로는 낯선 장소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걸을 수 있다고 혼자 화장실에 보내도 괜찮을까

    여기서 보호자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혼자 걸으실 수 있는데 화장실까지 매번 따라가야 할까?”

    걷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해서 화장실 이용까지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화장실을 찾는 과정에서 방향을 잃을 수도 있고, 급하게 움직이다 균형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화장실은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고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도 필요하기 때문에 낙상 위험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어르신이 할 수 있는 일까지 모두 대신해 드리는 것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분이라면 가능한 부분은 직접 하실 수 있도록 기다려 드리고, 길을 찾기 어렵거나 이동이 불안한 부분에서 도움을 드리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 위치를 찾지 못하시면 입구까지 안내해 드리고, 혼자 이동이 불안한 분이라면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혼자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한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르신마다 기억력도 다르고 보행 상태도 다르며, 같은 어르신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센터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것은 어르신에게 필요한 도움이 생각보다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화장실 방향을 한 번 알려드리는 것, 다시 자신의 자리까지 함께 걸어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화장실도 못 찾으면 어떡해요”라는 말보다 필요한 것

    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화장실을 찾지 못해 헤매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옆에서 “어휴, 화장실도 못 찾으면 어떡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물론 답답한 마음에서 무심코 나온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같은 장소를 안내해야 하는 돌봄 현장에서는 이런 말이 자신도 모르게 나올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들으며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화장실을 찾지 못하는 것이 어르신이 일부러 그러시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쉬운 일이지만 치매 어르신에게는 화장실 위치를 기억하고, 그곳까지 찾아가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더구나 어르신이 바로 옆에서 듣고 계신다면 “이것도 못하세요?”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실 수도 있습니다. 치매가 있다고 해서 감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는 이런 순간일수록 말 한마디를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 화장실 찾으세요? 제가 같이 가드릴게요.”

    같은 상황이라도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장실을 자주 찾지 못하신다면 문에 알아보기 쉬운 표시를 해두거나 화장실까지 가는 길에 불필요한 물건을 치워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밤에는 이동하는 길이 너무 어둡지 않도록 살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혹시 옷이나 바닥에 실수를 하셨더라도 “왜 화장실도 못 찾아가세요?”라고 나무라기보다는 먼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피고 조용히 정리해 드리는 편이 좋습니다.

    오늘은 화장실을 혼자 잘 찾아가셨더라도 내일은 어려워하실 수 있고, 오전에는 괜찮았다가 오후에는 헤매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이 어디까지 혼자 하실 수 있는지 그때그때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돌봄이라는 것이 거창한 일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알려드리고, 화장실을 찾지 못하면 함께 걸어가 드리고, 다시 자리를 찾지 못하면 앉으시던 곳까지 모셔다드리는 것.

    어쩌면 어르신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도 못하세요?”라는 말이 아니라 “괜찮아요, 이쪽으로 가시면 돼요”라는 한마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 어르신이 못하는 일을 지적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돌봄에 더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