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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거르지 않던 술을 처음 거르셨습니다, 센터에 온 뒤 달라진 하루

복지라라 2026. 9. 4. 06:51

목차


    센터에 70대 남자 어르신 한 분이 계십니다.

    이 어르신은 오랫동안 술을 아주 많이 드셨다고 합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드실 정도여서 가족들도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센터에서 생활하시는 모습을 보면 인지기능도 많이 떨어져 있으십니다.

    화장실에 가시려고 일어나셨다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주변을 살피실 때가 있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오신 뒤에도 본인의 자리를 찾지 못해 다른 방향으로 가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선생님이 화장실까지 안내해 드리고, 나오시면 다시 자리까지 모셔다드립니다.

    그런데 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뒤 가족에게는 작지만 놀라운 일이 하나 생겼다고 합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던 술을 처음으로 하루 거르신 것입니다.

    술을 끊으셨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도 술을 완전히 드시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술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었던 분에게는 분명 이전과 다른 하루였습니다.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운동하는 남자 어르신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사가 70대 남자 어르신 곁에서 말을 건네며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격려하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술을 하루 거른 것보다 달라진 하루가 먼저 보였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술을 하루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어르신의 하루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센터에 오시면 집에서 지내실 때와는 다른 일과가 시작됩니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선생님들이 계속 말을 걸어드리고 운동 시간에는 몸을 움직입니다.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해서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계시도록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해보실 수 있도록 기다려드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옆에서 도와드립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움직이시다가 힘들면 금방 앉으려고 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때 바로 운동을 끝내기보다는 어르신의 상태를 살펴가며 조금만 더 움직이실 수 있도록 말씀을 드립니다.

    “조금만 더 해볼까요?”

    “여기까지 한번 가보세요.”

    이렇게 옆에서 계속 말을 걸고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해 드립니다.

    혼자라면 벌써 앉으셨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 옆에서 함께하면 조금 더 걸으실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한 번 더 움직이는 시간이 하루에도 여러 번 생깁니다.

    가만히 계시게 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시도록

    센터에서 일하면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중 하나가 있습니다.

    어르신이 할 수 있는 것까지 대신해 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넘어질 위험이 있거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는 바로 옆에서 도와드려야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움직이실 수 있는 분이라면 가능한 범위에서 몸을 움직이실 수 있도록 계속 권해드립니다.

    이 어르신도 운동을 하다가 자리에 앉으려고 하시면 조금만 더 해보시자고 말씀드립니다.

    처음에는 힘들다고 하셔도 옆에서 함께 움직이고 말을 걸어드리면 다시 몇 걸음 움직이십니다.

    몇 걸음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앉아 계시는 것과 누군가 옆에서 계속 움직일 기회를 만들어 드리는 것은 어르신의 하루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장실을 찾지 못하시면 안내해 드리고,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시면 다시 모셔다드리면서도 할 수 있는 움직임까지 모두 대신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이 어르신을 보면서 주야간보호센터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단순히 아침에 오셨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시는 곳이 아니라, 식사하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몸을 움직이면서 하루의 생활 리듬을 만들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던 술을 처음으로 하루 거르신 것도 그런 생활의 변화 속에서 나타난 작은 변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센터에 다닌다고 술을 끊을 수 있다거나 인지기능이 좋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매일 어르신 곁에서 한 번 더 걸으시도록 말씀드리고, 한 번이라도 더 몸을 움직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이렇게 하루하루 움직이고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쌓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변화보다 이런 작은 변화가 먼저 보입니다

    이 어르신을 가까이에서 뵙다 보면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알게 됩니다.

    조금 전까지 앉아 계셨던 자리인데도 화장실에 다녀오시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주변을 둘러보십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 일어나셨지만 화장실이 어느 쪽인지 찾지 못하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르신, 이쪽으로 가시면 돼요.” 하고 안내해 드립니다. 볼일을 보고 나오시면 다시 어르신 자리까지 함께 갑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방금 계셨던 자리인데도 기억이 안 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센터에서 계속 어르신들을 뵙다 보니 못하시는 것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도 어느 날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어르신에게는 하루 술을 거르신 일이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드셨던 분이 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하루 술을 드시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 하루가 참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술을 완전히 끊으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음 날 다시 드실 수도 있고, 앞으로도 술을 드시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전에는 없었던 하루가 처음 생긴 것입니다.

    센터에 오시면 아침부터 혼자 계실 틈이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드리고, 식사 시간이 되면 함께 식사를 하고, 프로그램에도 참여합니다.

    운동을 하다가 앉으려고 하시면 조금만 더 해보시자고 옆에서 권해드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십니다.

    저는 어르신에게 무엇인가를 해드리는 것만큼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도록 곁에서 계속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화장실을 찾지 못하실 때 알려드리는 것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실 때 함께 걸어가는 것도, 운동을 그만하려고 하실 때 한 번만 더 해보자고 말씀드리는 것도 아주 작은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도움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됩니다.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진 어르신에게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예전과 비교해 무엇을 더 잘하게 되셨는지만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늘 조금 더 걸으셨다면 그것도 좋고, 프로그램에 잠시라도 참여하셨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던 술을 하루 마시지 않으셨다면 그것 역시 작은 변화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센터에서 일하기 전에는 저도 어르신을 돌본다는 것을 주로 씻겨드리고, 식사를 챙겨드리고, 이동을 도와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직접 일해보니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하실 수 있도록 기다려드리고, 움직이기 싫어하실 때 한 번 더 권해드리고, 길을 찾지 못하시면 다시 알려드리는 일도 돌봄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내일 이 어르신이 화장실 위치를 기억하시거나 자신의 자리를 혼자 찾아가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술을 또 하루 거르실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센터에 오시는 동안만큼은 가만히 앉아 하루를 보내시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고, 누군가와 한마디라도 더 나누실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내 생각에는 어르신에게 필요한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크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평범한 하루가 조금씩 달라지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