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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맞는 이유는 당연히 대상포진을 막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서 치매 진단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몇십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도 아닙니다. 수십만 명의 의료기록을 이용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상포진 백신이 정말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걸까요? 어떤 연구 결과가 나왔고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상포진 백신 맞은 사람, 치매 진단 위험이 낮았다
2025년 국제학술지 Nature에 발표된 연구가 특히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영국 웨일스에서 시행됐던 대상포진 예방접종 정책을 이용해 고령자들의 의료기록을 분석했습니다.
당시 웨일스에서는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대상포진 백신 접종 대상자가 결정됐습니다. 불과 몇 주 차이로 어떤 사람은 접종 대상이 되고 어떤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이 조건은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예방접종을 하는 사람은 평소 건강관리도 더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비교하면 백신 자체의 영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집단이 나뉘면서 자연실험에 가까운 비교가 가능했습니다.
연구진이 이후 약 7년간의 결과를 분석했더니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접종하지 않은 사람보다 새롭게 치매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약 20% 낮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성에게서 이러한 연관성이 더 뚜렷하게 관찰됐습니다.
다만 여기서 '20% 낮았다'는 말을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를 20% 확실하게 예방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연구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연관성이 발견됐다는 의미이며 실제 예방 효과를 확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대상포진을 막는 백신이 왜 뇌와 관계있을까?
대상포진은 어릴 때 수두를 일으켰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합니다.
보통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심한 신경통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와 뇌 건강의 관계에도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한 가지 가능성은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될 때 나타나는 염증 반응입니다. 대상포진 백신으로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줄이면 결과적으로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염증성 자극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백신 접종으로 만들어지는 면역반응 자체가 뇌 건강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현재 널리 사용되는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관찰됐다는 점입니다. 2024년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대규모 의료기록 연구에서는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이전 생백신 접종자보다 이후 6년 동안 치매 진단 없이 지낸 기간이 더 길게 나타났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평균적으로 약 164일 더 치매 진단 없이 지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로 다른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대상포진 백신과 치매의 관계가 새로운 연구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치매 예방하려고 대상포진 주사를 맞아야 할까?
현재로서는 치매 예방만을 목적으로 대상포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 결과는 흥미롭지만 대상포진 백신을 '치매 예방 백신'이라고 부를 정도로 효과가 확립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원래 목적만으로도 고령층에게 중요한 예방수단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대상포진 위험이 증가하고, 피부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를 보면서 저도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단순히 피부에 생기는 대상포진을 막기 위한 주사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치매 예방 효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와 면역체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뇌 건강과 더 깊게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뵙다 보면 치매가 시작된 뒤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건강할 때부터 위험요인을 하나씩 줄여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예방접종이나 운동, 청력 관리처럼 서로 관계없어 보였던 건강관리가 결국 노년기 뇌 건강과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연구만 보고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무조건 대상포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치매 위험이 낮게 나타나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정도로 기억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연구에서 실제 예방 효과가 확인된다면 대상포진을 막기 위해 맞았던 한 번의 예방접종이 노년기 뇌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뜻밖의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글은 관련 연구를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한 건강정보이며 개인의 예방접종 여부와 치매의 예방·진단·치료는 의료진과 상담해 결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