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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현장이야기

“어르신 권익은 챙기면서 요양보호사의 권리는 왜 외면할까?”

복지라라 2026. 10. 27. 20:12

목차


    다음 주면 주간보호센터 일을 그만둡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어르신들과 정도 들었고 힘들면서도 보람을 느낀 날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결국 마음을 정했습니다.

    “여기는 내가 계속 일할 곳은 아니구나.”

    코로나에 걸린 고령의 어머니를 걱정하며 주간보호센터 퇴사를 고민하는 요양보호사
    코로나에 감염된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돌봄휴가 문제를 겪은 뒤 주간보호센터를 그만두기로 결정한 요양보호사의 실제 경험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내가 코로나에 걸리고, 엄마까지 감염됐다

    먼저 제가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걱정되는 건 엄마였습니다. 연세가 많고 치매가 있는 엄마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혹시라도 옮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결국 엄마까지 코로나에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제가 이미 연차를 모두 사용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코로나에 걸렸으니 며칠이라도 옆에서 돌봐드리고 싶었습니다. 돈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무급으로라도 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센터에서 쉽게 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아픈 엄마를 두고 출근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에 직접 전화해 문의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가족돌봄휴가라는 제도가 있고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연간 최대 1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꼭 필요한 휴가였습니다.

    놀러 가기 위해 쉬겠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코로나에 감염된 고령의 엄마를 며칠이라도 곁에서 돌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센터에 손해가 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달라졌다

    센터에 가족돌봄휴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제가 휴가를 사용하면 센터에 손해가 난다는 취지의 말을 듣게 됐습니다.

    이 말, 저 말이 이어졌고 제가 느끼기에는 휴가 사용이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일해봤기 때문에 이해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주간보호센터는 요양보호사 한 명만 빠져도 남아 있는 선생님들의 일이 많아집니다. 송영도 해야 하고 식사도 챙겨야 하고, 화장실 이동과 프로그램 진행 등 해야 할 일이 끊이지 않습니다.

    저도 그 안에서 일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빠지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압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에게 정말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조차 쉴 수 없다면 나는 이곳에서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인력 문제와 운영상의 어려움까지 직원 개인이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다시 고용노동부에 문의했을 때 가족돌봄휴가 사용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신고 등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순간적으로 신고할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싸우고 싶지도 않았고 누군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대신 제 마음속에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떠나자.”

    돌보는 사람도 보호받아야 오래 일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직장은 월급과 근무시간만 보고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특히 돌봄 현장은 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일 어르신을 따뜻하게 돌봐야 한다고 배웁니다. 보호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르신의 작은 변화도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에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며, 엄마이고 아빠입니다.

    저 역시 치매가 있는 엄마를 모시면서 요양보호사가 됐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을 돌보는 마음도, 집에서 부모님을 걱정하는 보호자의 마음도 조금은 알게 됐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더욱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좋은 돌봄은 어르신만 잘 돌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보는 사람도 보호받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

    요양보호사가 아파도 참고, 가족이 아파도 눈치를 보면서 계속 출근해야 한다면 결국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고하는 대신 이곳을 떠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다음 주면 저의 짧았던 주간보호센터 생활도 끝이 납니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어르신들, 현장에서 함께했던 선생님들, 그리고 제가 직접 보고 느꼈던 수많은 일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록하려고 합니다.

    요양보호사가 되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 치매 엄마를 직접 모시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보호자의 마음, 그리고 돌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까지.

    돌봄이 필요한 것은 어르신만이 아닙니다.

    돌보는 사람에게도 때로는 돌봄이 필요합니다.

    제가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며 마지막으로 크게 배운 것이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