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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 주간보호센터에 자원봉사단이 찾아왔습니다.
노래도 부르고 여러 공연도 보여주셨는데, 여성 봉사단의 밸리댄스 공연이 시작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어르신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신 겁니다.
“어머, 어르신!”
여기저기서 웃음과 박수가 터졌습니다. 선생님들도 신이 나서 박수를 쳤고 센터 전체가 들썩였습니다.
저도 함께 웃고 박수를 치다가 문득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이 어르신은 휠체어를 타고 센터에 등원하시던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오시던 어르신이 춤을 추셨습니다
제가 처음 이 어르신을 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휠체어보다도 표정이었습니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계셨습니다. 말을 걸어도 반응이 거의 없었고 웃는 모습도 좀처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워커를 잡았습니다. 조금 걷다가 쉬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워커를 사용하는 시간이 점점 늘었고 요즘에는 센터에 오시면 워커를 잡고 세 바퀴씩 걷기 운동도 하십니다.
그것만으로도 참 많이 달라지셨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아예 춤을 추셨습니다.
밸리댄스 음악이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기 시작하셨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3개월 전 고개만 숙이고 계셨던 모습과 눈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춤추는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정말 정성껏 모시고 있었구나.”
부모님이 주간보호센터에 다닌다면 이런 변화도 살펴보세요
보호자분들은 부모님이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면 보통 “식사는 잘하셨나요?”, “별일은 없었나요?”를 가장 먼저 물어보실 겁니다.
물론 중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일해보니 어르신의 작은 변화를 함께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예전보다 걷거나 움직이는 시간이 늘었는지
- 운동이나 프로그램에 스스로 참여하는지
- 다른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는지
- 웃거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는지
- 반대로 갑자기 말수나 움직임이 줄지는 않았는지
특히 매일 함께 지내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보호자가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변화를 먼저 발견하기도 합니다.
“요즘 어머니가 노래를 따라 부르세요.”
“아버님이 오늘은 먼저 걷겠다고 하셨어요.”
이런 이야기가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는 이런 작은 변화가 오히려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고 있다면 식사나 잠자리뿐 아니라 걷기, 표정, 대화, 프로그램 참여,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도 한번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돌봄이 만든 작은 변화
요양보호사로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같은 말을 여러 번 합니다.
“어르신, 조금 걸어볼까요?”
“한 바퀴만 더 돌아볼까요?”
“잘하셨어요. 천천히 하시면 돼요.”
식사를 챙기고 이동을 돕고 화장실을 모시고 가고 운동과 프로그램 참여를 권하는 일이 매일 반복됩니다.
바쁜 날에는 그저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춤추는 어르신을 보면서 우리가 매일 건넸던 말 한마디와 손길 하나가 그냥 사라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걷자고 손을 내밀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잘하셨다고 박수를 쳐드렸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서두르지 않고 옆에서 기다려드렸을 겁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는 동안 어르신도 조금씩 달라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휠체어를 이용하던 어르신이 걷고 춤을 추게 된 것이 모두 센터의 돌봄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르신 본인의 의지와 건강상태, 치료나 재활, 가족의 돌봄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것입니다. 모든 어르신에게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보행이 불안정한 어르신에게 무리하게 운동을 권하는 것은 오히려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상태에 맞게 안전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도 그날 저는 조금 울컥했습니다.
처음 센터에 오셨을 때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셨던 어르신이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춤을 추고 계셨으니까요.
“그래,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니구나.”
그날 밸리댄스 공연도 즐거웠지만 제 눈에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어르신의 춤이 아니라 얼굴에 다시 생긴 환한 웃음이었습니다.
오늘도 우리 센터 어딘가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변화를 가까이에서 발견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제가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글은 주간보호센터에서 근무하며 직접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어르신의 신체·인지 상태와 변화는 개인마다 다르며, 걷기와 운동은 건강상태와 낙상 위험을 고려해 안전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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