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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함께 센터에 오시던 노부부, 이제 아내 어르신만 혼자 오십니다

복지라라 2026. 10. 2. 05:47

목차


    시센터에는 부부가 함께 다니시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아침이면 두 분이 함께 오시고,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신 뒤 저녁이면 다시 함께 집으로 돌아가십니다.

    센터 안에서는 각자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고 다른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시지만, 두 분이 함께 오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는 든든함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늘 두 분이 같이 계시는 모습이 익숙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남편 어르신이 다음 달부터 요양원으로 가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정확한 집안 사정까지 제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내 어르신이 집에서 남편을 돌보시는 일이 많이 힘들어지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야간보호센터에 다니는 동안에는 센터에서 식사도 하고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돌봄을 받을 수 있지만, 저녁이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때부터는 가족의 돌봄이 다시 시작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를 돌본다는 것은 마음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조금씩 알게 됩니다.

    주야간보호센터에 함께 다니시던 노부부와 남편 어르신의 요양원 입소 후 혼자 센터에 오게 된 아내 어르신을 표현한 이미지
    매일 함께 주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던 노부부 중 남편 어르신이 요양원으로 가시게 되면서, 앞으로 혼자 센터에 오게 될 아내 어르신의 모습을 표현한 모습

     

    함께 늙어간다는 것과 서로를 돌본다는 것

    젊었을 때는 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 '의지한다'는 말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거동이 불편해지면 다른 한 사람이 일어나는 것을 도와야 하고, 화장실에 갈 때 부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식사와 약을 챙기고 옷을 갈아입는 일부터 잠자리에 드는 것까지 도움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밤에 배우자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면 돌보는 사람 역시 편하게 잠들기 어렵습니다.

    혹시 넘어지지는 않을까, 혼자 움직이다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잠깐의 외출조차 마음 편히 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돌보는 배우자도 젊은 사람이 아닙니다.

    본인 역시 허리와 무릎이 아프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을 텐데 자신보다 더 불편한 배우자를 매일 돌봐야 합니다.

    센터에서 몇 시간 돌봄을 받는 동안에는 잠시 쉴 수 있어도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두 사람만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하루 이틀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생활이 몇 달, 몇 년 계속된다면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몸이 먼저 지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족이 결국 요양원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조금씩 알게 됩니다.

    누군가를 요양원으로 모신다는 것을 단순히 '집에서 모시기 싫어서'라고 바라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남편을 보내는 아내의 마음은 어떨까

    남편 어르신이 요양원으로 가신다는 말을 들으면서 저는 오히려 아내 어르신의 마음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몸은 조금 편해지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음도 함께 편해질 수 있을까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옆에 있던 사람이 없고, 밥을 먹을 때도 늘 함께 있던 사람이 없습니다.

    평소에는 힘들어서 잠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을지 모르지만, 막상 그 사람이 집에 없으면 조용해진 집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센터에 오실 때도 이제 혼자 오셔야 합니다.

    그동안에는 서로 다른 자리에 앉아 계시더라도 같은 센터 어딘가에 남편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하루를 보내셨을 것입니다.

    프로그램을 하고 식사를 하고 저녁이 되면 다시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 분에게는 평범한 하루였을 것입니다.

    그 평범했던 일상이 이제 달라집니다.

    오랜 세월 부부로 살아온 사람을 다른 곳에서 생활하도록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조금만 더 내가 돌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이제는 정말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는 마음 사이에서 여러 번 망설이셨을지도 모릅니다.

    요양원에 모시는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졌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두 분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일 뿐입니다.

    두 분의 사정도 속마음도 제가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돌봄을 내려놓아도 사랑까지 내려놓는 것은 아닐 테니까

    요양보호사 일을 하기 전에는 요양원 입소라는 말을 지금처럼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가족이 아무리 사랑해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특히 돌보는 사람 역시 고령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한 배우자를 집에서 끝까지 모시는 것만이 사랑이고, 요양원으로 모시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가족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돌보는 것보다 어르신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되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돌봄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다고 해서 그동안 함께 살아온 세월과 배우자를 걱정하는 마음까지 함께 내려놓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래도 마음 한쪽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늘 함께 센터에 오시던 두 분이었는데 이제 남편 어르신의 자리가 비게 됩니다.

    센터에서 일하는 저에게도 익숙했던 한 자리가 비는 것인데,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 어르신에게 그 빈자리는 얼마나 크게 느껴질까요.

    남편 어르신도 새로운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생활하며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두 분 모두에게 지금은 익숙했던 일상이 달라지는 시간일 것 같습니다.

    다음에 아내 어르신이 혼자 센터에 오시는 날, 저는 평소와 똑같이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괜히 안쓰러운 표정을 짓거나 제가 먼저 남편 이야기를 꺼내기보다는,

    “어르신, 오늘도 잘 오셨어요.”

    그렇게 평소처럼 맞아드리고 싶습니다.

    때로는 특별한 위로의 말보다 어제와 다르지 않게 대해드리는 것이 더 편안한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아내 어르신이 먼저 남편 이야기를 꺼내시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무슨 말을 해드려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