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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부모님을 모시다 보면 처음에는 기억력만 걱정하게 됩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방금 했던 이야기를 잊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병원에 가야 하나, 약을 먹어야 하나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직접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보니 걱정해야 할 것이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병원 진료와 약, 식사, 외출을 챙기는 것뿐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님이 평생 직접 해오던 통장과 생활비 같은 돈 문제도 자식이 신경 써야 합니다.
아직은 괜찮아 보여도 앞으로 판단력이 더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됩니다. 낯선 전화에 속아 돈을 보내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계속 사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식이 부모님의 통장과 재산을 모두 가져와 관리하는 것이 정답인지도 고민스럽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다가 눈에 들어온 제도가 있습니다. 2026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입니다.

치매 부모님 재산, 국가가 가져가는 제도가 아닙니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는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스스로 재산을 관리하기 어렵거나 앞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어르신을 돕는 공공신탁 서비스입니다.
2026년 4월 22일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국가가 마음대로 통장을 관리하거나 재산을 처분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본인 또는 후견인의 의사에 따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국민연금공단이 개인별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재산관리를 지원합니다. 의료비나 요양비, 생활에 필요한 비용 등이 본인을 위해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부모님이 평생 모은 돈은 결국 부모님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치매 때문에 판단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누군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치매 어르신은 보이스피싱이나 사기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 의한 경제적 학대에도 취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공적인 장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족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도 가능할까? 신청 대상 확인하세요
현재 시범사업의 주요 대상은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경제적 학대 위험이 있는 기초연금 수급권자입니다. 따라서 치매가 아주 심해진 뒤에만 이용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65세 미만 치매환자 중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자도 신청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기초연금 수급권자가 아니더라도 이용을 희망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신탁재산의 연 0.5%에 해당하는 이용료를 부담합니다.
시범사업에서 위탁할 수 있는 재산은 현금뿐 아니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같은 지명채권, 주택연금 등 현금성 자산이며 위탁재산 상한은 10억 원입니다.
다만 조건에 해당한다고 모두 바로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지, 현재 돈 관리를 누구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경제적 학대 위험은 없는지 등을 살펴 우선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선정합니다.
저도 치매 어머니를 모시면서 느끼지만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못하게 되는 병만은 아닙니다. 할 수 있는 일과 어려워지는 일이 하나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돈 문제도 미리 의논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서 신청하나? 제가 치매 가족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
현재 상담은 국민연금공단의 서울북부·서울남부·경인·대전세종·광주·대구·부산 등 7개 지역본부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는 신청자의 생활환경과 재산관리 상태, 앞으로 필요한 지출 등을 확인합니다. 이후 개인별 재정지원계획을 만들고 신탁계약이 체결되면 그 계획에 따라 재산관리를 지원합니다.
치매 부모님을 모시면서 저는 한 가지를 자주 생각합니다. 치매는 기억의 문제로만 끝나는 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부터 약을 챙기고 식사를 준비하는 일, 장기요양서비스를 알아보는 일까지 가족이 결정해야 할 것이 점점 많아집니다. 그중 하나가 돈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위해 통장을 관리한다고 해도 형제자매가 있다면 나중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의사표현을 하기 어려워진 뒤에는 “엄마는 어떻게 하고 싶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도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준비를 치매가 많이 진행된 다음으로 미루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모님이 자신의 뜻을 말씀하실 수 있을 때 앞으로 통장은 어떻게 관리할지, 병원비와 요양비는 어떻게 사용할지 가족이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가 모든 가정에 필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자주 잊거나 같은 물건을 반복해서 구입하고, 낯선 사람의 전화나 돈 요구를 쉽게 믿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한 번쯤 알아볼 만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평생 모은 재산이 마지막까지 부모님 자신을 위해 쓰이게 하는 것. 저는 그것 역시 치매 부모님을 돌보는 중요한 돌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는 현재 시범사업 단계이므로 대상과 이용조건, 위탁재산 범위 등은 향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실제 신청 전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최신 기준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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