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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센터에는 또 한 분,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계신 간호 선생님이 있습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본 선생님은 참 반듯한 분입니다. 해야 할 일을 대충 넘기는 법이 없고, 정해진 일은 순서에 따라 하나하나 정확하게 챙기십니다.
어르신들이 아침에 한 분씩 등원하기 시작하면 선생님의 하루도 바빠집니다. 많은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살펴야 하고, 복용하시는 약도 확인해야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처럼 보여도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입니다. 어르신들은 연세도 다르고 앓고 계신 질환도 다르며, 그날그날 몸 상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이 등원하면 바이탈 체크부터 시작합니다
어르신들이 센터에 오시면 간호 선생님은 혈압과 체온 등 바이탈을 확인하며 그날의 상태를 살핍니다.
수치만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지, 얼굴빛은 어떤지, 어디가 아프다고 말씀하시지는 않는지 함께 살핍니다.
어르신들은 몸이 불편해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실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인지기능이 떨어진 어르신은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평소 모습을 알고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르신마다 복용하시는 약도 다릅니다. 언제 어떤 약을 드셔야 하는지 확인하고 빠뜨리지 않도록 챙기는 모습을 보면 간호 업무에는 정말 꼼꼼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두 분도 아니고 많은 어르신을 살피면서 해야 할 일을 차례대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참 정석대로 일하시는 분이다.’
눈에 띄게 서두르거나 요란하게 일하는 것도 아닌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하나씩 처리합니다. 그래서인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믿음이 갑니다.
“나는 간호 파트보다 요양 파트가 더 맞는 것 같아”
그런데 제가 이 선생님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모습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는 간호 파트보다 요양 파트가 더 맞는 것 같아.”
간호 선생님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니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면서 어르신들을 대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니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은 어르신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시고 가까이에서 살펴드리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단순히 혈압을 재고 약을 챙겨드리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이 불편해 보이면 한 번 더 살피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챙겨드립니다. 그러면서도 어르신을 어린아이처럼 대하지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분이라고 해서 그분의 생각과 감정까지 대신 결정하려 하지 않는 모습도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선생님에게 어르신은 ‘돌봐드려야 하는 대상’이기 전에 존중받아야 하는 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어르신의 존엄을 지키는 것도 돌봄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님
선생님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르신의 존엄성입니다.
센터에서 생활하다 보면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다 보니 바쁜 순간도 있고 정신없는 순간도 생깁니다. 같은 말씀을 반복하시는 어르신도 계시고, 아무리 설명해드려도 자신의 뜻대로 하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요양보호사도 사람이다 보니 일이 몰리고 바쁘면 자신도 모르게 말이 짧아지거나 행동이 급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누군가가 어르신께 함부로 말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이 선생님은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분에게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르신이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치매가 있어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셔도, 혼자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워 도움을 받아야 해도, 식사나 이동에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해도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말로는 누구나 어르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쁘고 힘든 현장에서 그것을 매일 행동으로 지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이 그런 순간에 바로 반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 번씩 제 행동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센터에는 어르신들께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간호 선생님도 그중 한 분입니다.
저는 아직 어르신들께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말이 저에게는 아직 조금 쑥스럽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어르신들께 “사랑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그 말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건강 상태를 살피고, 약을 챙기고, 몸이 불편한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무엇보다 어르신이 존중받지 못하는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평소의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입으로만 하는 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혈압을 한 번 더 확인해드리는 것, 평소와 다른 표정을 알아차리는 것, 약을 빠뜨리지 않도록 챙기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어르신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대하는 것.
그런 작은 행동들이 쌓여서 비로소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요.
센터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해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원칙을 지키면서 어르신의 건강을 살피고, 동시에 어르신의 존엄까지 지키려고 하는 간호 선생님을 보면서 저도 또 하나를 배우고 있습니다.
어르신을 잘 돌본다는 것은 아픈 곳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마음과 자존심까지 함께 지켜드리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일을 정확하게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까지 담겨 있을 때 진짜 좋은 돌봄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