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에서 어르신들의 목욕을 도와드릴 때는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움직입니다.한 사람은 어르신의 몸을 씻겨드리고, 한 사람은 목욕을 마친 어르신의 머리를 말려드리고, 또 한 사람은 옷을 입혀드립니다.각자 맡은 일을 이어가며 한 분의 목욕을 마무리하고 다음 어르신을 모십니다.저는 그날 목욕을 마친 어르신들의 옷을 입혀드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처음에는 속옷부터 겉옷까지 빠뜨리지 않고 잘 챙겨 입혀드리는 것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여러 어르신의 옷을 입혀드리다 보니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한 어르신의 옷을 입혀드리는데 척추 가운데 부분에 길게 수술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15cm 정도는 되어 보이는 꽤 긴 흔적이었습니다.‘아, 이 어르신은 척추 수술을 하셨구나. ..
주야간보호센터에서는 어르신들과 여러 가지 인지수업을 합니다.숨은그림찾기를 하기도 하고, 숫자에 맞는 색을 찾아 칠하는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처음에는 이런 활동을 보면서 ‘어르신들이 하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그런데 함께 해보면 제가 오히려 놀랄 때가 많습니다.저는 한참 찾고 있는데 어르신은 벌써 찾으셨습니다숨은그림찾기를 하다 보면 정말 교묘하게 숨어 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림이 있습니다.저도 옆에서 같이 찾아봅니다.“어르신, 이건 어디 있을까요?”그런데 제가 못 찾고 있는 것을 어르신이 먼저 찾아내실 때가 있습니다.“여기 있잖아.”손가락으로 정확하게 짚어주시는데, 다시 보면 정말 거기에 있습니다.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어르신, 저보다 훨씬..
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일이 힘들어서 지칠 때도 있지만, 사람 때문에 더 지칠 때가 있습니다.요즘 저는 ‘팀장이라는 자리는 과연 어떤 자리일까’를 자주 생각합니다.직급이 높다고 해서 자신의 방식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닙니다. 정해진 방법이 있는데도 자기 생각대로 바꾸고, 다른 사람이 해놓은 일을 보면서 “왜 이렇게 했지?”, “이건 왜 안 했지?”라고 계속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처음에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단순히 말투가 조금 거친 것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잔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일을 먼저 하게 됩니다정말 사소한 일에서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어르신들이 드실 물을 끓이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데도 자기 방식대로 바꾸라고 합니..
9월에는 생신을 맞으신 어르신들이 유난히 많습니다.그래서 오늘은 다섯 분의 어르신을 모시고 조금 특별한 생신잔치를 열었습니다.그중 두 분 어르신의 따님은 외국에서 오셨습니다. 가족들은 휴대폰으로 생신잔치 모습을 촬영했고, 한 어르신의 막내 동생분은 수준급의 공연까지 준비해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셨습니다.노래와 웃음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그런데 오늘 제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것은 화려한 공연도, 생신상도 아니었습니다.한 어르신의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오셨을 때와 너무 달라진 어르신어르신이 처음 센터에 오셨을 때가 생각납니다.인지저하가 상당히 심하신 것처럼 보이셨고 ,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시는 듯한 모습을 보이실 때도 있었습니다.무엇인가..
요양보호사로 일하기 전에는 이 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처음 출근했을 때만 해도 어르신들의 성함과 얼굴을 익히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누가 어느 자리에 앉으시는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지 하나하나 새로 배워야 했습니다.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아침에 어르신들이 센터에 도착하시면 인사를 드리고, 자리를 찾아드리고, 식사를 챙겨드리고, 운동과 인지활동을 함께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갑니다.이제는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성격과 습관도 조금씩 눈에 들어옵니다.어떤 어르신은 아침마다 사탕 하나를 제 손에 꼭 쥐여주시고, 어떤 어르신은 작은 도움에도 몇 번씩 “고맙다”고 말씀하십니다.처음에는 제가 어르신들을 돌봐드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일을..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일을 하다 보면 어르신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보게 됩니다.같은 일을 하더라도 말투도 다르고, 어르신께 다가가는 방법도 다릅니다.그런데 한 시니어 선생님이 어르신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었습니다.어르신께 조금 더 부드럽게 말씀드려도 될 것 같은데 말투가 거칠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어르신을 대하는 행동도 조금 조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처음에는 제가 괜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모습을 몇 번 보다 보니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이미 한 번 조용히 말씀하셨다고 했습니다결국 팀장님께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습니다.그런데 팀장님은 이미 그 부분을 알고 계셨습니다. 전에 그 선생님을 따로 불러 조용히 이야기..